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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군 장교 120명 해외 망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69) 리비아 최고지도자를 따르던 군 장교 120명이 리비아를 떠나 해외로 망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성 5명을 포함한 8명의 카다피군 장교들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외교부가 로마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망명 사실을 밝히며 카다피군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장성은 “현재 카다피군의 능력은 평소의 20% 수준에 그친다”며 "기껏해야 10명 정도의 장군만이 그에게 충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 주재 리비아 대사를 지내다 현재 리비아 시민군에 가담한 무함마드 샬감은 회견장에서 “이들을 포함한 120명의 장교가 리비아를 떠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의 소재를 밝히진 않았다.

 지난달 중순에도 카다피군 장교 3명이 튀니지로 탈출하는 등 카다피 친위세력의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엔 카다피의 부인 사피아와 딸 아이샤가 튀니지에 머문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달 27일엔 아랍권 위성방송 알아라비야가 리비아 전직 중앙은행장 오마르 빈 귀다라가 반군 세력에 합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카디피의 본거지 트리폴리에서 반(反)카다피 시위가 벌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AP통신은 반카다피 활동가들이 수도 트리폴리서 열린 한 장례식에서 조문객 수백 명이 ‘카다피는 신의 적이다’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 동영상을 30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고 전했다.

 한편 리비아 사태 중재를 위해 트리폴리를 방문한 제이컵 주마(Jacob Zuma·69)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이날 카다피와 회동했다. 주마 대통령은 회동 후 인터뷰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공습 등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아프리카연합(AU)의 중재안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카다피의 말을 전했다. 그는 또 카다피가 서방의 개입 없이 반군과 협상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다피의 퇴진 여부에 대해선 "그는 리비아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 시민군과 나토군은 카다피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나토군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주마 대통령의 회동 직후인 31일 새벽에도 트리폴리 등 카다피 장악 지역에 공습을 가했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30일 나토 회의에서 “카다피 체제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의 작전은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며 공습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주마 대통령이 전한 카다피의 제안을 즉각 거부했던 리비아 국가위원회(NTC)도 카다피 측근들의 이탈을 거론하며 대규모 공세를 벌일 뜻을 밝혔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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