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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약 “안 돼” 일정변경 땐 “추가요금” … 웨딩컨설팅 횡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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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3월 결혼한 직장인 김희경(28·여)씨는 최근 채권 추심 업체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통지서를 받았다. “A업체에 체납한 금액 50만원을 납부하지 않으면 금융 거래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결혼을 준비하며 웨딩 컨설팅을 하는 A업체에서 300만원대의 패키지 상품을 계약하고 선금으로 20만원을 냈었다. 사진 촬영·메이크업·드레스 등을 ‘원스톱’으로 연결해 주는 웨딩 플래너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연예인 출신이 운영하는 곳이어서 믿음도 갔다. 하지만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촬영일에 개인 사정이 생겼지만 업체는 일정 변경을 해주지 않았고 위약금 20만원을 요구했다. 마음에 드는 드레스가 없어 드레스숍에서 그냥 나왔지만 가봉비 30만원도 내야 한다고 했다. 결국 김씨는 다른 업체를 찾아 결혼 준비를 마쳤지만 신용에 미칠 불이익이 두려워 A업체에 50만원을 냈다.

 #서울 제기동에 사는 홍모(31·여)씨는 지난해 청담동의 컨설팅 업체에서 260만원 패키지 상품을 계약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웨딩 플래너가 촬영 일정과 메이크업 업체를 일방적으로 바꿔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홍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결혼 날짜까지 바꿔 결혼식을 치러야 했다.


 결혼 준비를 컨설팅 업체에 맡겼다가 피해를 보았다는 예비 신랑·신부가 늘고 있다. 업체들과 계약서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 예비부부들은 “결혼을 앞두고 얼굴 붉히지 말자”는 생각에 업체 측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씨와 홍씨의 경우 한국소비자원을 찾아 구제를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소비자원이 해당 업체에 중재하겠다고 요청했으나 강제력이 없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체와 소비자 간의 약속이 대부분 전화로 이뤄져 내용 확인도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웨딩 컨설팅 업체는 2000여 곳, 매출액은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원은 웨딩 컨설팅 업체에 대한 불만이 잇따라 제기되자 지난해부터 예식장 대여 등 ‘예식업’과 구분해 따로 통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1414건, 올해 5월 말까지 616건의 소비자 불만이 접수됐다. 소비자원 분쟁조사국 양종식 담당관은 “업체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계약 해지까지 거부한다는 피해 사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A업체는 “고객 사정으로 일정을 변경하면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것은 계약 때부터 설명한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표준 약관이 없는 등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는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식업에 대해서는 2001년 표준 약관을 공시했으나 웨딩 컨설팅의 경우 별도로 표준 약관을 정하지 않고 있다. 또 해당 업종이 일반 서비스업에서 구분돼 있지 않아 실태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소비자원은 “계약할 때 업체와의 약속을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겨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심서현 기자

◆웨딩 컨설팅(Wedding consulting)=예비 부부와 웨딩 관련 업체를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중개업이다. 복잡한 결혼준비를 대신 해주는 ‘웨딩 플래너’도 신종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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