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장관급 회담 재개 촉구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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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은 16일부터 이틀간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당국 회담을 열어 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고위 당국대화 정상화와 북한 핵 문제 등을 논의한다.

회담 고위 관계자는 15일 "지난해 8월 개최하려던 15차 장관급 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할 것"이라며 "1992년 2월 남북 간에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엄정하게 재천명하는 방안도 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북한이 당국대화에 호응함에 따라 지원을 요구한 50만t의 비료 중 예년 수준인 20만~30만t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연결공사만 마치고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경의선 철도를 비료 지원에 처음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키로 했다. 당국자는 그러나 "비료지원 여부는 북한의 회담 태도 등을 감안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4일 남북 장관급 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남측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내 회담 정상화를 제의해 왔다. 회담에는 이봉조 통일부 차관과 김만길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 수석대표(북한은 단장)로 참가한다.

이영종.박신홍.서승욱 기자

[뉴스 분석] 핵 비난 피하고 남측 비료 얻고 북 시기 선택 절묘

북한이 10개월 만에 남북 당국 간 대화에 응한 것은 몇 가지 전략적 필요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우선 북핵 문제와 관련한 이른바 '민족 공조'를 남측 당국에 직접 요구하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미 부시 행정부의 대북 압력에 동족인 한국이 함께 맞서야 한다는 '우리 민족끼리' 논리로 대남 선전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남북 회담에 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국이 북핵 문제의 안보리 회부 같은 대북 강경책을 쓸 명분을 빼앗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비료를 지원받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란 분석도 있다. 노무현 정부가 '당국 회담 없이 비료 없다'는 강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회담에 복귀해야 했다는 얘기다. 올해 농업을 '주공(主攻)전선'으로 설정한 북한에 세 배의 식량 증산 효과를 줄 비료는 다급한 사안이다.

이런 정황 속에서 틈을 보던 북측이 회담 재개 타이밍을 6.15 공동선언 5주년으로 잡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물론 북한을 움직이는 데는 지난해 말부터 대화 재개를 촉구해 온 정부의 노력도 적잖이 작용했다. 그렇지만 회담 전망을 낙관하긴 이르다. 2002년 10월 고농축우라늄(HEU) 핵 개발 의혹 이후 남북은 북핵 입씨름으로 소모전을 벌였다. 북한이 회담 재개 대남 전통문에서 "북남 당국 관계가 대결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대목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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