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C유로 휘발유 만드는 설비 구축 심혈…1조4000억원 투자 온산공장 확장도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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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C유로 휘발유 만드는 설비 구축 심혈…1조4000억원 투자 온산공장 확장도 마무리

에쓰오일(S-Oil)은 최근 ‘지상유전(地上油田)’이라 불리는 중질유분해탈황시설(BCC)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쏟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급 원유의 공급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BCC를 미래의 먹을거리로 생각하고 과감하게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BCC는 저급 원유를 정제할 때 대량으로 나오는 벙커C유를 100% 가까이 휘발유와 등유·경유 등으로 전환시키는 설비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비용이 보통 정제시설의 10배 넘게 소요돼 시장 변화에 대한 확신 없이는 섣불리 투자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울산 온산의 에쓰오일 공장에 위치한 중질유분해탈황시설(BCC)의 모습. 에쓰오일은 ‘지상유전(地上油田)’이라 불리는 BCC를 통해 정유산업을 고부가가치 수출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에쓰오일은 20년 전부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 1991년 사우디 아람코와 합작계약을 맺고 BCC 건설을 시작했고, 외환위기가 엄습하기 전인 97년 4월에 1차 투자를 마무리했다. 뒤이어 자일렌(Xylene) 센터, 제2벙커C 탈황시설 등 모두 1조5000억원 이상을 BCC 관련 시설에 투자했다. 에쓰오일이 최첨단 BCC를 갖춘 세계적 수준의 정유사로 자리매김한 데는 이러한 노력이 밑바탕에 깔렸던 것이다.

에쓰오일의 BCC는 단순 제조업으로 인식되던 국내 정유산업을 고부가가치 수출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에쓰오일은 BCC 가동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결과 매년 생산량의 약 60%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2005년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의 5대 수출품목 중 하나로 석유제품이 꼽히는 데 기여를 하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경질유 공급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아태 지역은 휘발유·경유 같은 경질유 수요가 많은 반면 이곳에서 주로 수입하는 중동 지역의 원유는 대부분 중질유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이런 원유를 효과적으로 정제하기 위해 BCC가 필요하고, 이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에쓰오일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3년여의 계획·설계기간을 거쳐 1조4000억원을 투자한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도 최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회사의 또 다른 축인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세계 일류로 발돋움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완성한 셈이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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