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3D TV도 가볍고 편하게 보자” … ‘아바타’ 감독도 기술력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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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패시브 3D TV가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다음 세대 3D TV가 될 거다.”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방송장비전시회 NAB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에 LG전자는 환호성을 질렀다. 캐머런 감독의 말은 패시브 3D TV 즉, LG가 올해 선보인 필름타입의 편광안경식(FPR) ‘시네마 3D TV’가 차세대 3D TV가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한창 삼성전자와 3D TV 기술방식을 놓고 격전을 벌이던 때에 캐머런 감독이 LG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LG전자 연구원들이 화질 선명도를 측정하는 계측기로 3D TV 화질 검사를 하고 있다.

LG전자가 3D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지난 2월 ‘시네마 3D TV’를 출시하면서다. LG전자는 이때 처음 FPR 방식을 적용했다. FPR방식이 3차원 영상을 만들어내는 원리는 이렇다. 사람이 3차원을 인식하는 건 왼 눈과 오른 눈이 보는 각도 차이 때문이다. 3D TV도 이렇게 왼 눈과 오른 눈에 각기 다른 각도에서 본 영상 정보를 전함으로써 3차원 영상을 만들어낸다. FPR방식은 TV화면과 안경에 붙은 필름이 영상을 걸러 왼 눈과 오른 눈에 다른 그림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삼성전자 등이 선택한 셔터글라스 방식에서는 안경 왼쪽과 오른쪽의 셔터가 번갈아 여닫히면서 다른 이미지가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LG도 처음에는 셔터글라스 방식의 3D TV를 만들었다. 하지만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3D TV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 등 3D TV 관련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모여 3D TV 방식을 놓고 난상토론을 펼쳤다. ‘기존의 셔터글라스 방식을 고수할지, FPR방식을 새롭게 도입할지’를 놓고서다. 두 방식의 3D TV를 체험한 결과 LG는 FPR을 택했다.

FPR의 가장 큰 장점으로 ‘깜빡임이 없다’는 점이 꼽혔다. 셔터글라스 방식은 깜빡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편광방식은 그런 게 거의 없었다. 가볍고 착용감이 좋은 안경도 매력적이었다. 셔터글라스 안경은 배터리와 신호수신장치까지 집어넣어야 해 무거웠다. 필름만 덧댄 FPR 방식의 안경은 가벼울뿐더러 충전이나 배터리 교환이 필요 없다.

편광식 3D TV를 위해 LG전자 외에 관련 계열사 세 곳도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LG화학은 세계 최초로 FPR 3D 패널을 광학필름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일본에서 수입한 3D용 편광 유리를 써야 했다. 편광유리는 LG화학이 개발한 편광필름보다 4배 비쌌다. LG디스플레이는 LG화학이 개발한 필름을 유리기판에 정밀하게 코팅하는 공정에 성공했다. 마이크론(1000분의 1㎜) 단위의 정확도가 필요한 공정이었다.

LG전자는 시네마 3D TV를 발판으로 삼아 올해 4000만 대의 평판TV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올해 전체 3D TV 판매량 중 FPR 방식의 3D TV 비중을 8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 밖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TV를 개발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TV는 스마트폰처럼 애플리케이션(앱)을 작동할 수 있고, 영상물을 골라 가며 볼 수도 있는 TV다. 스마트TV의 다양한 콘텐트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마우스처럼 쓸 수 있는 ‘매직모션 리모컨’, 모든 기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스마트 보드’ 등을 개발했다.

안경이 필요 없는 3D TV를 개발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안경 없이 볼 수 있는 3D TV 개발을 서두르자”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친화적이고 고객지향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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