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도 결국 로비스트 고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캐플런(左), 깁스(右)

페이스북이 백악관 출신 인사를 로비스트로 고용했다. 정부와 의회의 각종 압력에 대응하고 중국 진출을 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페이스북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비서실 차장을 역임한 조엘 캐플런을 공공정책부문 담당 부사장에 임명했다고 27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캐플런은 미 행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을 상대하고, 이와 관련된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은 또 부시 재임 시절 백악관에서 근무한 미리어 조던을 정책 담당 매니저로 고용할 계획이다. 조던은 대(對) 의회 관계를 맡게 된다. 그는 최근까지 리처드 버 공화당 상원의원의 총고문으로 일했다. 이들은 이미 로비스트로 활약 중인 민주당 출신 팀 스파라파니, 애덤 코너와 함께 페이스북의 워싱턴 사무실에서 일하게 된다. 이에 앞서 페이스북은 대선 캠프와 백악관에서 ‘오바마의 입’으로 활약한 로버트 깁스를 영입하려 했으나 계획이 언론에 사전 유출되는 바람에 실패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그간 워싱턴 정가에서 ‘짠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가치가 600억 달러(약 65조4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지난해 로비에 쓴 돈은 35만1000달러(약 3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690만 달러(약 74억7000만원), 구글은 520만 달러(약 56억3000만원)를 지난해 로비 비용으로 지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 같은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페이스북은 올 1분기에만 벌써 23만 달러(약 2억5000만원)를 로비 활동에 썼다.

 페이스북이 태도를 바꾼 건 가입자가 6억 명을 넘어서면서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에선 개인 정보보호권을 강화하고 인터넷 사생활 침해를 적극 규제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자칫 페이스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아울러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인권 문제에 민감한 미국 정치권과의 사전 조율이 중요하다. 중국은 페이스북이 반체제인사의 활동 공간이 될 것을 우려해 일부 콘텐트를 제한하려 한다. 하지만 미국 상원 인권위원회 등은 “페이스북이 인권과 자유에 대한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은 미국뿐 아니라 해외 각국 정부와의 소통을 담당할 직원도 대거 채용하고 있다. 영어와 해당국 언어를 동시 구사하며 언론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인사를 ‘정책 담당 국제디렉터’로 채용, 글로벌 정책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데비 프로스트 대변인은 “유럽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감독기관, 정책 입안자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