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 돋보기] 새 상법에 달라진 증시 … 액면가 없는 주식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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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달 15일 시행에 들어간 개정 상법에는 기업인과 주식 투자자들이 꼭 알아둬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새 상법은 2005년 개정 작업에 들어가 6년의 산고 끝에 탄생한 것으로 달라진 경제·금융 여건을 두루 반영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액면주식제도 도입이다. 이제껏 국내 기업은 주식을 발행할 때 주당 500원이나 5000원 식으로 액면을 반드시 정하도록 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선진국들처럼 액면 없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회사는 액면주식과 무액면주식을 동시에 발행할 순 없으며 둘 중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배당제도도 달라졌다. 현금과 주식으로 한정했던 배당 방법을 확대해 현물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 배당의 결정은 주총 의결사항이었지만, 정관에서 정하면 이사회 의결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증자제도에도 손질이 있었다. 주주 이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 반드시 납입일 2주 전에 주주들에게 통지·공고하도록 했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희석되는 일을 가급적 줄이기 위한 조치다.

 회사의 등기이사들이 꼭 알아둬야 할 내용도 있다. 이사가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회사에 피해를 끼쳤을 경우 책임 한도를 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사외이사는 3배)로 제한하는 조치가 처음으로 취해졌다. 다만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의 경우는 예외다.

 이사와 회사 간 자기거래는 보다 엄격히 규제된다. 이사는 물론이고 이사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이사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등이 회사와 거래하는 경우까지 이사회에서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로 지배주주나 전문경영인이 가족 등에게 회사의 부를 이전시키기 힘들도록 조치한 것이다.

 감사위원회의 설치가 수월해진 것도 주목된다. 이제껏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던 것을, 자산 1000억~2조원 미만의 상장회사도 원하면 설치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혔다. 감사위원회를 만들면 상근감사 자리를 없앨 수 있는 선택권을 갖게 된다. 사외이사 중심의 감사위원회 제도가 활성화되면 정부와 금융감독원, 감사원·한국은행 등의 상근감사 낙하산 시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김광기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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