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2년차 징크스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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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와 이소은. 아직 10대 소녀들이지만 드문 가창력을 자랑하는 두 여가수가 나란히 2집을 냈다. 신인에게 흔한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를 깨고 좋은 음반을 발표한 것. 1998년 데뷔한 둘은 10만장 넘는 판매고를 올린 히트 가수이며 가요계의 재주꾼들인 박진영과 이승환이 발굴해 프로듀싱한 가수란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진주는 글로리아 게이너의 디스코 넘버 ‘아이 윌 서바이브’를 번안한 ‘난 괜찮아’로 기억되는 가수다. 당시 진주는 ‘흑진주’란 표현이 어울리는 흑인 스타일의 폭발적 가창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음악성은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다. 강하게 ‘지르기’는 뛰어난 반면 섬세한 표현에 미숙하고 감정 절제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2집에서 그녀는 잘 가라앉은 발라드 '가니'로 그같은 평을 벗어날 전기를 마련했다. 리듬 앤드 블루스에 힙합을 섞은 '가니'는 은은한 현악기와 공명 강한 북소리 반주 아래 속삭이는 듯한 진주의 보컬이 호소력을 발휘한다. 중간부까지 잔잔한 저음으로 일관되는 이 노래는 진주가 고음에 강한 가수에게 흔한 저음 공포증을 극복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의 매력은 역시 솔(샤우팅 창법이 특징인 굵고 강한 흑인음악)에 있다. 이번 음반은 그것을 집중부각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60년대 모타운(솔 음악의 대표적 음반사)스타일의 '언젠가 그대를', 70년대 풍의 솔 '그대와 나 언제까지나', 80년대풍 솔 '난 그냥 난' 등 시대별 솔의 변천사를 음반에 담았다. 진주는 24일부터 4일간 서울 대학로 학전 그린 소극장에서 2집 소개 콘서트를 연다.(02)786-3721

이소은 역시 이승환의 솜씨있는 프로듀싱 아래 윤상·유희열·박용준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작사·작곡·연주를 해줘 질량감 있는 음반을 만들었다. 이소은은 같은 또래 여가수중 두터운 음폭이 특징이며 청아한 느낌의 침착한 곡 운영이 돋보인다. 〈신비〉란 타이틀을 달고 나온 2집은 요즘 소녀가수들 답지않게 대단히 고전적인 방향으로 제작돼 눈길을 모은다.

요즘 가요음반마다 천편일률적으로 들어가는 테크노 비트나 랩이 전혀 없다. 국악기를 쓴 복고풍 반주와 잔잔한 발라드 리듬이 음반 전체를 지배한다. 타이틀곡 제목도 사어(死語)가 되다시피한 '서방님(노래듣기)'이다. 열여덟 소녀가 "서방니∼임, 내서방님 용서하세요…"하며 노래하는 모습은 얼핏 어울려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노래를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기녀(妓女)의 사연을 담은 이 노래는 대금과 가야금이 들어간 동양적인 선율에 이소은의 담담한 보컬이 어울려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이밖에 희비 느낌을 교직시킨 가운데 절제된 보컬이 돋보이는 '나예요', 진추하와 아비가 함께 불러 70년대 국내에서 커다란 인기를 모은 '원 서머 나이트' 리메이크, 이승환과 유희열이 함께 만든 레게풍 곡 '충치' 등이 들을 만 하다. 이 노래는 이소은이 '코맹맹이' 소리로 불러 더욱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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