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할인점 상권경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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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과 할인점의 상권 싸움이 골목까지 파고들었다. 할인점들이 점포증설에 나서면서 슈퍼와 부닥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점포 크기가 1천평도 안되는 미니 할인점들이 슈퍼의 아성인 골목 상권을 노리고 있다.

그동안 할인점의 경쟁상대는 백화점이었다. 상권.매출.고객이 백화점과 겹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반경 5백m 이내에서 반찬거리 등 1차 상품을 파는 슈퍼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할인점이 변두리에서 도심으로 이동하고 소형 매장이 늘어나면서 슈퍼를 긴장시키고 있다. 채소류등 신선식품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와 더욱 밀착하려는 전략도 슈퍼와 마찰을 빚고 있다.

국내 할인점 점포는 지난해 말 현재 모두 1백15개 정도다. 여기에다 올해에만 70여개 점포를 새로 열 계획어어서 대형 슈퍼체인과 점포수가 엇비슷해질 전망이다.

LG수퍼.한화스토아.해태수퍼마켓 등 체인형 슈퍼업체의 점포는 현재 1백70여개여서 할인점이 오히려 추월할 가능성도 크다.

신세계 E마트의 경우 올해에만 14개 점포를 열어 점포수를 34개로 늘릴 계획이고 롯데 마그넷은 11개 점포를 새로 낸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와 까르푸는 각각 5개 이상의 점포를 올해 안에 여는 등 대부분의 할인점이 출점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롯데 마그넷은 5백~1천평 규모의 소형 점포를 내는 전략수립을 위해 'M팀' 을 구성했다. 롯데 관계자는 "지역 특성과 부지 여건을 감안해 면적이 1천평 이하인 소형 할인점을 상당수 세울 것" 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E마트는 지난해 8월 인천 신월점을 미니 점포로 꾸몄다. 매장 면적이 9백평으로 기존 점포의 3분의 1 수준이다. 판매하는 품목도 80%가 슈퍼의 주력인 식품류다.

LG상사가 지난해 9월 서울 도심에 처음 개점한 LG마트 성동점 매장은 7백80평에 불과하다. 할인점보다 슈퍼에 가까운 초소형이다.

이처럼 할인점의 공세가 거세지자 체인형 슈퍼은 매장 대형화와 주차장 및 셔틀버스 확보 등 몸집 키우기로 맞서고 있다.

LG수퍼는 올해 새로 낼 10개 점포를 기존 매장의 두배 정도인 5백평 이상으로 꾸밀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개점한 서울 번동 점포는 서울지역 슈퍼업계 최초로 승용차 60대를 수용하는 주차장을 따로 확보했다.

LG수퍼 관계자는 "5백평이 넘는 대형 점포가 23개로 전체의 40% 정도이나 매출 비중은 64%를 차지할 정도로 효율이 높다" 며 "매장 대형화를 계속 추진할 계획" 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4개 점포를 새로 낼 한화스토아나 해태수퍼도 주차장이 딸린 대형 매장을 계획하고 있다.

슈퍼업체들은 또 할인점이 따라오기 어려운 서비스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스토아는 올해부터 지점별로 주변 할인점과 상품가격을 맞추거나 더 내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LG수퍼는 고객이 벨을 누르거나 계산대 앞에 3명 이상이 줄을 서 있으면 매장직원이 아무나 달려가 계산을 해주는 '스피드벨' 서비스를 전매장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농심 계열 슈퍼인 농심가는 그동안 할인점 메가마켓에서 취급하던 품목을 지난 1월부터 아예 슈퍼마켓 매대에 깔기 시작했다.

농심가 관계자는 "자체조립상품류와 잡화류를 올 초 김해.양산지점에 배치했으며 올해 안에 전체 12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 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슈퍼체인연합회 최영길 과장은 "미.일 등 선진국에서도 슈퍼하이퍼마켓 등 슈퍼와 할인점의 장점을 접목한 유통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며 "국내에서도 할인점.슈퍼업체간 상권 경쟁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유통업체가 양산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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