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핵 빠진 남북 대화는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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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남북 대화가 10개월 만에 재개된다. 북한 핵위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당국자가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북핵이라는 한반도 위기 국면 속에서 남북한 당국이 지난 10개월 동안이나 대화를 하지 않았던 상황에 비춰보면 만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 양측은 남북 관계 정상화와 함께 북핵 문제 등 각종 현안을 심도있게 논의해 주기 바란다.

현재 한반도 및 남북 관계에 있어 당면 최대 과제는 누가 뭐래도 북한의 핵보유와 연관된 핵위기 국면의 해소다. 하지만 북한 측은 이번 회담에서는 쌀과 비료 지원 등 대북 인도적 지원과 같은 남북 문제만을 논의하고 핵과 관련된 안보 이슈는 다루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참으로 유감일 수밖에 없다. 지금 한반도라는 거대한 여객선이 빙산 충돌 직전에 있는데 선장이 주방장에게 승객 식사 걱정하는 격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핵과 남북 문제는 분리해 다룰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은 이번 회담에서 핵과 남북 간의 고유한 문제를 분리해 처리하는 식의 방식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민 정서에도 어긋난다.

만약 북한이 이런 태도를 견지한다면 이는 민족의 운명이나 남북 공존 및 평화통일 등에는 진지한 관심이 없고 오로지 남한으로부터는 쌀과 비료를 얻어 북한 내 위기국면을 극복하고, 안보 이슈 등은 미국 등 외세와만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논리의 자가당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궁극적으로는 남북회담 등을 통해 시간을 벌어 핵무기 등을 보유하려는 술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에 임하는 우리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의도에 밀려 마냥 시간 끌기 식의 회담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고 핵 등 제반 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반드시 논의하는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북한도 남한에 대한 불필요한 비방을 삼가고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진지하고 내실있는 회담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