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의 재미있는 자연 이야기 ④ 지구 온난화의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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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2도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2℃ or not 2℃? That is the climate question.)”

 최근 네이처 인터넷판에 게재된 영국 엑스터대 팀 렌턴 교수의 기고문 제목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투비(To be)’를 ‘투시(2C)’로 바꾼 재치가 돋보인다.

 ‘2도’가 기후변화의 핵심 문제로 떠오른 건 2007년이다.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를 한 것이다.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가면 도대체 어떻게 되길래 그럴까. 그 답은 ‘기후 재앙’이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잦아지고, 전염병 등이 창궐한다. 렌턴 교수는 “평균기온이 2도 오르면 그 이상 상승하는 지역도 있게 마련이고, 그 지역은 온난화의 피해를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국제사회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2도’의 경고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제는 ‘2도’ 상승을 막으려면 세계 각국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데 있다. 특히 선진국은 현재의 10분의 1로 줄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다. 심하게 말해 인류의 현재 생활양식 자체를 거의 바꿔야만 이룰 수 있는 목표다. 그래서 올 연말 남아공에서 열릴 제1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17)에서도 각국은 이러한 온실가스 감축방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지난 1월 서울을 강타한 48년 만의 혹한 등을 사례로 든다. 하지만 이런 반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한두 달이나 1·2년처럼 단기간에 나타나는 ‘기상현상’과 30년 이상 장기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기후’는 다른 것이다.” 때로 소(小)빙하기가 닥친 것처럼 한파·폭설이 나타나더라도 지구 기온은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 한라산 정상부근에서 자라는 구상나무(사진 1)가 크게 줄고, 남해안에서 구아바(사진 3) 같은 열대과일이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사과 재배지는 강원도 양구까지 북상했다.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지고, 멸치가 잡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30년새 전 세계 밀 생산량은 5.5%, 옥수수 생산량은 3.8%가 줄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20%나 뛰었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나왔다. 계속 녹아 내리는 빙하(사진 2)는 또 어떤가. 모두가 다 기후 변화 때문이다. 이렇게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우리의 차례상에 오르는 홍동백서(紅東白西)와 어동육서(魚東肉西), 즉 과일·생선 종류도 머지않아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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