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선수 ‘승부 조작 매수’ 사실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스포츠 토토식 복권’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노린 브로커들이 프로축구 선수를 매수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브로커로부터 거액을 받은 프로축구 선수 2명은 경기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남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성희)는 프로축구 선수를 매수해 승부를 조작하게 한 뒤 스포츠 복권에 거액의 돈을 걸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김모(27·무직)씨와 프로축구 선수 출신 또 다른 김모(28·무직)씨 등 브로커 2명을 구속 수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브로커 2명은 공범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하려 한 프로축구 선수 2명에 대해서도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두 김씨는 지난 4월 K-리그 정규경기가 아닌 컵대회인 ‘러시앤캐시컵 2011’ 경기에 출전한 한 프로축구 모 구단의 골키퍼 A씨(31)와 또 다른 구단의 미드필더 B씨(25)에게 각각 1억원과 1억2000만원을 주고 승부를 조작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선수는 돈을 받고 브로커들이 원하는 점수가 나오도록 승부를 조작한 혐의다. 러시앤캐시컵 대회는 프로축구 16개 팀이 모두 참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 공식 컵대회로 지난 3월부터 개막해 현재 리그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브로커들이 축구 경기가 열리기 전 승부를 예측하고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스포츠 토토식 복권’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기 위해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은 2개 구단 선수를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의 부당이득 규모와 사설복권 운영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와 선수들이 합법 복권이 아니라 사설 복권에서 한탕을 하기 위해 이런 승부조작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돈을 받은 선수가 경기에서 눈에 드러나지 않게 져주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고 이들 선수가 뛴 모든 경기를 확인 중이다. 실제 이번 컵대회에서 4경기에 출장한 골키퍼 A씨는 무려 11점을 실점한 것으로 확인했다. 팀은 A씨가 출전한 경기에서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패했다. 미드필더인 B씨도 한 경기에 출장해 팀이 패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선수 2명이 받은 돈이 다른 선수에게 흘러갔는지, 별도로 돈을 받은 선수가 더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최근 일부 선수가 자살하거나 종적을 감춘 게 승부조작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수사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곽규홍 창원지검 차장검사는 “수사 초기단계라서 돈을 받은 혐의가 있는 선수의 인적사항, 돈을 받은 선수가 더 있는지 등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