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못 말리겠네 … 올해 1조2775억 들어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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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시가 바닥을 다지는 듯한 모습이다. 투자할 시점 같은데 직접투자를 하려니 무슨 종목을 고를지 감이 안 온다. 그렇다고 펀드에 들자니 연 2~2.5% 정도 떼가는 수수료가 부담스럽다. 이런 생각을 하는 투자자에게 딱 맞는 금융상품이 하나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다. 말 그대로 펀드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거래되는 게 특징이다.

 ETF는 코스피200·자동차업종지수 같은 지수나 특정 자산가격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펀드다. 예컨대 업종 ETF를 이용하면 소액으로 해당 업종의 주요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증권거래 계좌만 있으면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 평균 수수료율도 연 0.5% 이하로 일반 주식형 펀드나 인덱스 펀드에 비해 저렴하다. 최근에는 주식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데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ETF가 출시되면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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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3일 기준 ETF 순자산 총액은 7조6102억원으로 집계됐다. 2006년 말 1조5609억원에서 4년여 만에 4배로 성장한 것이다. 증시에 상장된 ETF 종목도 2006년 말 12개에서 이달 23일 94개로 늘었다. 특히 올해에만 새로운 ETF가 30개나 상장됐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2006년 229억원에서 올해 4~5월엔 2369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자금도 들어오고 있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음에도 1조2775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올해 2조원 넘게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ETF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차별화된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특히 ETF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주자들은 저마다 ‘업계 최초’를 표방한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투자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국내 처음으로 회사채에 투자하는 ETF를 상장했다. ‘KStar 우량회사채 ETF’는 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에만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내놓은 ‘KStar 수출주 ETF’는 코스피200을 구성하는 종목 중 수출업종에 속한 기업, 그중에서도 시가총액 상위 50개의 종목에 투자한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업계 최초로 코스피100을 기초지수로 하는 ‘교보악사 파워 K100 ETF’를 선보였으며, 한화투자신탁운용도 국내에선 처음으로 ‘동일 비중 방식’을 사용한 ETF를 내놓았다. 동일 비중 방식이란 선정된 종목을 똑같은 비율(100개 종목이면 각 1%씩)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주가지수뿐 아니라 원유·금·선물 등 원자재나 해외지수에 연계된 ETF도 속속 출시되면서 이젠 ETF로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최근 11개의 신상품을 한꺼번에 선보였다. 구리·알루미늄·니켈에 투자하는 ‘TIGER 금속선물ETF’, 금·은에 투자하는 ‘TIGER 금은선물ETF’를 비롯해 에너지·농산물·귀금속 등에 투자하는 ETF 등 주로 상품시장에 투자하는 ETF들이다. 삼성자산운용도 구리·콩 선물에 투자하는 ETF를 상장했으며, 우리자산운용은 미국 달러 선물과 연동된 ETF를 내놓았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우리나라는 아직도 시가총액 대비 ETF 시장 규모가 작아 성장 여지가 크며, 앞으로 상품 유형도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라면서 “거래량이 충분치 않은 ETF는 기준이 되는 지수의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하는 추적오차(트래킹에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TF 운용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최근 ‘타이거 삼성그룹 ETF’의 보수율을 0.4%에서 0.27%로 인하하는 등 3개 ETF의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업체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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