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자재 구매대행 자제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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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삼성과 LG가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사업을 스스로 축소하기로 했다. 비슷한 사업을 하는 중소 유통상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려는 목적이다. MRO는 문구·공구 등 기업에 필요한 소모성 물품을 대신 사들여 공급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삼성그룹의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미래전략실은 25일 그룹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MRO 사업을 하는 아이마켓코리아(IMK)가 납품 대상을 계열사와 1차 협력사로 한정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앞으로 공공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 부회장과 중기 관련 학계 인사를 IMK 사외이사에 포함시켜 사업을 할 때 중기들에 피해가 가지는 않을지를 점검하기로 했다. 중기들의 수출도 돕는다는 방침이다.

 LG의 MRO 계열사인 서브원도 이날 “계열사와 1차 협력사를 주 사업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LG는 그러나 공공기관 입찰에는 계속 참여하기로 했다.

 사업 축소에 따라 IMK는 매출의 약 10%가, 서브원은 5%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IMK의 지난해 매출은 1조5500억원, 서브원은 3조8500억원이었다.

 삼성과 LG의 MRO 사업 축소 결정은 “대기업들의 진출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중소 자재 유통상들의 호소를 받아들인 결과다. 대기업 계열 MRO사들은 2000년대 초반 계열사에 필요한 소모성 자재를 통합 구매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러다 사업 대상을 계열사와 협력사뿐 아니라 일반 중기로까지 넓히자 중기들에 자재를 대던 중소 유통상들이 타격을 받았다. 이에 중소 유통상들의 모임인 한국산업용재협회는 지난해 IMK·서브원과 포스코 계열의 엔투비, 코오롱의 KeP등 4개 MRO사를 대상으로 중기청에 사업조정신청을 냈다. 조정 대상 4개사와 산업용재협회는 지난 20일 대전 중기청에서 3차 사업조정회의를 했다. 결국 삼성과 LG는 중기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포스코 측은 “엔투비가 계열사들만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 더 이상 축소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은 중기청의 최종 사업조정안이 나오면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한편에서는 IMK와 서브원의 사업 축소로 인해 이들로부터 자재 공급이 끊기는 중기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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