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캠프 캐럴서 화학물질 서둘러 파낸 건 ‘러브 캐널’ 사건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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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8군 사령부는 1978년 경북 칠곡군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매립했던 화학물질을 그해부터 80년까지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파묻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옮긴 이유가 무엇일까.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78년은 미국에서 ‘러브 캐널(Love Canal, 러브 운하) 사건’이 문제가 된 시기이고 고엽제가 독성물질이라는 것이 알려져 소송이 제기되던 때”라며 “주한미군이 화학물질을 갑자기 옮긴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환경재앙이 발생한 러브 캐널은 나이애가라 폭포 인근에 있다. 19세기 말 운하를 파다가 자금 부족으로 중단됐다. 운하 구덩이는 쓰레기 매립지로 이용됐고 클로로벤젠·다이옥신·농약 등이 포함된 유해 폐기물이 매립됐다.

 폐기물 매립지는 1952년 폐쇄됐고 흙을 덮은 뒤 그 위에 초등학교를 세웠다. 이후 주민들은 빈번하게 발생한 선천성 기형과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통을 겪었다.

 76년부터 지역 신문에서 이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심각성을 깨달은 당시 지미 카터 정부는 78년 8월 ‘연방 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사태 해결에 예산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78년은 베트남 참전 군인들이 고엽제 피해를 본격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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