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전투의 기로-느느냐, 젖히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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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준결승 2국>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3보(25~34)=백△로 관통당하자 구리 9단의 얼굴이 약간 상기됐다. 프로라면 누구나 관통의 아픔을 잘 안다. 출혈도 크다. 그러나 구리는 25로 밀어 중앙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소소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사실 중앙으로 백돌이 뻗어나오면 우변 흑진은 점점 볼품이 없어진다. 하나 중앙에 일단의 세력이 형성된다면 우변 흑진의 가치는 금값이 된다.

 25에 대해 백은 그냥 뻗을 것인가, 아니면 젖힐 것인가. 이 차이는 어마어마해서 고수들도 언제나 갈등이다. 늘면 안전하지만 내 기세가 꺾이며 상대에게 여유를 준다. 젖히면 강력하지만 상대는 반드시 끊어올 것이다. 그때의 대비책은 되어 있느냐.

 사실 답은 간단하다. 김지석 7단 같은 싸움꾼들의 사전에 그냥 느는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병력 수를 보더라도 상대와 나의 힘이 대등한데 그냥 밀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26으로 젖히면 27로 끊겠지만 상대도 약점이 있어 역습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구리 9단도 대비책이 있다. 28 때 29가 그것. 이 수로 ‘참고도’처럼 고분고분 흑1로 잇는 것은 백4의 역습이 통렬해진다. 29로 임기응변하고 31로 중심을 잇는 것. 이것이 준비해 둔 대책이다. 하나 김지석도 아낌없이 32를 선수하고(비상시국 아니면 큰 손해수라 두지 않는다) 34로 몬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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