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터져 아직 말이 나오느냐” 여판사가 여성 원고에게 막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판사가 가사재판 조정 과정에서 여성인 원고에게 부적절한 말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23일 인천지방법원에 따르면 이 법원에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한 정모(39·여)씨는 사건을 맡은 임모(여) 판사가 조정 과정에서 자신에게 막말을 했다며 법관기피 신청서를 냈다. 정씨는 법관기피신청이 기각되자 서울고등법원에 항고, 이 사건은 현재 다른 재판부에 재배당돼 있다. 정씨는 임 판사가 조정 중 자녀 친권과 양육권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몰아붙이고 인격을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녹취한 자료에 따르면 임 판사는 조정 과정에서 “입이 터져서 아직도 말이 계속 나와요. 당신이나 똑바로 먼저 잘 해봐요”라고 말했다. 정씨가 법원에서 실시한 자녀들의 그림상담 기록을 복사해 외부 기관에서 상담받은 것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임 판사는 또 정씨가 자신의 말을 가로막자 진술금지 명령을 내리고 “한 번만 더 입을 열면 그때는 구치소에 감치하겠다”며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정씨는 12일부터 인천지법 정문 앞에서 임 판사의 언행에 항의하는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한 정씨는 자녀 3남매 모두를 자신이 양육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씨는 현재 딸 1명을 키우고 있고 아들 2명은 남편이 키우고 있다. 법원이 실시한 자녀들의 그림상담 기록에는 아들 2명도 어머니인 정씨와 살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와 남편은 둘 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 중이다.

 정씨는 “사생활이 다 드러나는 조정 과정보다 본안 소송으로 사안을 종결짓고 싶은 데도 법원이 무리하게 조정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민성철 공보판사는 “가사소송법에는 양육권이나 친권 행사자를 지정할 때 재판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미성년자인 자녀들의 복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며 “쌍방의 주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임 판사가 최선의 조정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언사가 일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정 과정 녹취 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에 녹취 내용에 대해서는 일일이 코멘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