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 스타벅스엔 주문용 진동벨이 왜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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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엔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진동벨(사진)이다. 다른 커피전문점은 대부분 손님이 음료를 주문하면 영수증과 함께 진동벨을 건넨다. 주문한 음료가 완성되면 진동벨을 울려 손님에게 알려 주는 것이다. 진동벨이 없다 보니 스타벅스에선 바리스타가 “아메리카노 1잔과 카페라테 1잔 주문하신 분” 하고 외친다. 이 때문에 점심시간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스타벅스 매대 앞은 항상 장사진이 된다.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남모(29)씨는 “솔직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진동벨이 있으면 비어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음료가 나올 때 가서 받을 수 있는데 스타벅스에선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면 서 있을 만한 자리도 마땅치 않다”고도 했다.

 하지만 스타벅스 측은 “고객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한다. 진동벨을 사용하면 음료를 기다리는 손님과 대화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스타벅스의 기업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커피 한 잔에도 서비스 정신을 담기 위해서”라며 “단순히 커피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스타벅스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가 최근 주문대와 매대 주위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소공점의 경우 지난 1월 매대 높이를 한쪽은 높게, 한쪽은 낮게 리모델링했다. 장애인 고객을 위한 배려다. 10월부터는 주문 내용을 직원과 손님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주문대에 두 개의 스크린을 설치할 계획이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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