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호황' 미국 경제의 비밀은] 정보통신 혁명-생산성 두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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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민들은 요즈음 살 맛이 난다. 임금은 오르고 일자리는 넘치고 물가는 싸다. 주머니가 두둑해졌고 생활수준도 높아졌다. 10년 가까이 계속되는 경기호황 덕분이다. 미국경제는 마치 경기순환이라는 말이 어디 있느냐는듯 쉬지 않고 장미빛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 왜 그런가〓뉴욕타임스는 정보통신분야의 신기술 덕분에 생산성이 향상된 점을 주 이유로 꼽는다. 인텔사의 앤드류 그로브 회장은 "직원 한명이 벌어들인 수입이 91년 19만7천달러에서 지난해는 43만6천 달러로 2.2배가 많아졌다" 며 "이 덕분에 판매가격을 높이지 않고도 월급을 올려줄 수 있다" 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저비용.고수익의 금융기법을 개발한데다 주식시장이 급성장, 벤처등 여러 분야의 산업에 대한 자본투자가 활발해졌다는 점도 장기호황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정보통신 혁명과 벤처기업 번성, 민간투자 확대에 따른 기업성장과 생산성 증가가 물가인상 압력을 상쇄시켰다" 고 풀이했다.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개편된 것도 고용 창출 및 임금.물가상승 억제 효과를 가져왔다. 서비스업체들은 경제상황에 발맞춰 발빠르게 경영혁신을 하면서 제조업체가 방출한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비디오 정보제공 서비스업체인 부렐은 본사가 뉴저지에 있지만 휴스톤과 마인에서 주로 영업을 한다.

휴스톤과 마인은 다른 곳보다 실업자가 많아 시간당 6.5달러의 저임금으로 고등인력을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거리가 갈수록 좁아들어 인력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은 "지난 7년간 2천4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고 밝혔다.

◇ 향후 전망은〓경기호황을 계속 누리기 위해 넘어야할 걸림돌도 적지 않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이 사상 최대인 1천6백90만대에 이르는등 부쩍 늘어난 민간 소비와 주식.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연방준비위원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96년 이후 경제성장의 25%는 주식과 부동산 경기 붐 덕분" 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미국경제에는 거품도 적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롬 레비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인 위네 고들리는 "민간의 소비규모가 수입보다 훨씬 많은데다 민간부문 부채가 80년대 가장 많았던 85년 수준에 이르렀다" 고 경고했다.

특히 빚을 내서라도 주식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자칫 주식시장이 흔들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인상 압력과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 적자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외국자본이 단기간에 빠져나갈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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