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손장훈] 베스트바이 중국 철수: 중국 과연 블루오션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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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북미 최대 규모의 전자기기(CE) 소매 브랜드, 베스트바이가 중국에서 철수 할 것을 발표했다. 이로써 베스트바이는 중국 내 위치한 9개 점포를 모두 닫고, 06년 인수한 중국 브랜드 “쟝수우싱(江苏五星, Jiangsu Five Star)”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경쟁한다.

1966년 설립되어, 현재 연 매출 500억 달러(2011 FY), S&P 500의 하나인 베스트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전자기기 소매 브랜드다. 2001년, 성공적으로 캐나다 시장을 ‘장악’한 베스트바이는 2006년, 당시 중국의 규모 3위의 전자기기 소매상을 인수하며 중국 시장에서의 경영을 시작했다. 중국 내 경쟁 기업들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경영 능력, 마케팅 경험이 있는 베스트바이는 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 했을까?

요약하자면, 베스트바이는 중국 시장과 중국 소비자에 적응하지 못했고,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창조하지 못했다. 사실, 베스트바이의 중국 철수는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베스트바이가 중국 시장에 진입한 시점과 중국 시장의 상황을 분석하면, 베스트바이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불가능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첫 번째로, 베스트바이는 중국 시장 경쟁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베스트바이가 중국 시장에 들어온 2006년, 중국 내 경쟁기업인 궈메이, 수닝은 이미 중국 전 지역을 커버하는 체인점들과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고, 7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였다. (차트1: 2004~2006년 중국 전자기기 소매상 점유율) 베스트바이가 서둘러 중국 전자기기 소매 체인인 쟝수우싱을 인수했지만, 쟝수우싱은 지역적인 기업이었고, 시장 점유율 역시 높지 않았다. 중국 내 전자기기 소매상들간의 경쟁은 브랜드 이미지나 서비스가 아닌 맹목적인 저가공급에 의존했고,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낮은 베스트바이는 규모가 큰 타 경쟁기업의 낮은 공급가를 따라갈 수 없었다.


두 번째로, 중국의 소비자들은 전자기기 소매 브랜드의 서비스에 큰 관심이 없었다. 실제로 중국체인점 경영협회(中国连锁经营协会)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소비자들 전자기기 구매 시, 상품의 가격과 구매 편의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차트2: 중국 소비자들의 전자기기 구매 동기) 베스트바이의 강점은 고객에 특화된 뛰어난 서비스 제공과 마케팅 전략이지만, 불행히도 중국의 소비자는 서비스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고, 베스트바이를 그저 시끄러운 전자기기 슈퍼마켓 정도로 인식한 것이다. 베스트바이의 절대적 강점이 중국에선 빛을 잃은 것.

마지막으로, 비록 베스트바이가 세계적인 브랜드고, 북미에서의 명성이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중국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는 형편없었다. 중국 내 모든 샵을 닫은 지금에도 많은 중국인들이 베스트바이란 브랜드를 들어본 적도 없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어려움 가운데 베스트바이 브랜드가 중국에서 성공할 방법은 없던 걸까? 물론 있었을 것이다. 판매 상품을 특화 하는 방법이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등을 많은 분석가들은 베스트바이가 중국에서 성공했을 전략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베스트바이의 미래가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베스트바이는 자신이 적응하지 못할 중국 시장에 들어왔을까?
3년 전, 베스트바이 CEO의 인터뷰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다. “중국은 곧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텐데, 그 시장에 베스트바이의 샵이 없다는 건 이상한 일이지요.” 물론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한 기업이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더욱 이상한 일일 것이다.

2006년, 베스트바이는 월마트가 전자기기 소매업에 뛰어들면서 북미, 특히 미국 내 입지가 좁아졌다. 당시 월마트의 전자기기 소매 수입증가율은 22%로, 베스트바이에 2배에 달했고, 주주들과 고위경영진 모두 새로운 시장의 필요성을 강하게 실감했다.

그 때, 세계 최대인 13억 인구와 무서운 경제발전으로 인한 구매력 증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양의 잠재 고객이 존재하는 중국은 그들의 주의를 사로잡았다. 그 어떤 기업이 ‘감히’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있을까? 베스트바이는 성공적인 국제 기업이다. 높은 수익률과 국제적 확장은 언제나 많은 주주들이 기대하는 것이고, 또한 경영진이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게, 베스트바이는 중국에 매료되어 중국에 진입했다.

만약, 베스트바이가 진입하려는 국가가 중국이 아닌 러시아나 브라질이라면 어떠했을까? 주주들과 경영진들은 아마 더 냉정히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따져보았을 것이다. 중국 시장의 가능성, 미래는 분명히 매우 매혹적이지만, 그 매혹적인 수익은 기업이 중국 시장 환경에 적응이 가능할 경우에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베스트바이의 브랜드 실패, 진정한 원인은 그들이 중국 시장에 적응하지 못함에도 불구 중국 시장의 높은 기대치에 밀려 잘못된 시장에, 잘못된 시장이 아니라도 적어도 잘못된 시점에 발을 들인 것에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모든 기업이 주시하는 곳이다. Made in China에서 Sold in China로, 지금의 중국은 WTO에 가입 후, 세계 최대의 공장에서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변화했다. 수 많은 “성공 기업”들이 중국으로 들어갔고 또 들어가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양떼 효과(쏠림 현상, herding effect)에 의해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를 결정한다, 단지 중국의 시장이 매혹적이기 때문에. 중국의 높은 리스크는 과소평가되고, 수 많은 기업들이 성공의 꿈에 부풀어 중국 시장에 뛰어든다. 중국 진입이 중국의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시장은 변했고, 중국 소비자도, 중국 기업도 달라졌다. 베스트바이가 그러했듯, 국내 시장에 경쟁이 치열해져 중국 시장에 진입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 문제는 비단 베스트바이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 중국에 진입하려는 기업인들과 기업의 주주들에게 냉정하게 중국 시장을 다시 보길 부탁해본다.

중국에 더 이상 블루오션은 없다.

손장훈 북경대 광화관리학원 재학 sinopedia.p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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