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립싱크를 법으로 금지? 어이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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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와 갈등을 원만히 해결한 걸그룹 카라(왼쪽부터 니콜,구하라,강지영,한승연,박규리)가 12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에서 팬사인회를 열었다.(출처=IS 일간 스포츠)


유료 상업공연에서 가수들의 립싱크를 금지하고 부득이하게 립싱크 할 경우 관중에게 명시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연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됐다. 그러자 한류가 뜨거운 일본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굳이 법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겠는가”란 견해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에 따르면 립싱크와 핸드싱크(미리 녹음된 연주를 실제 연주처럼 사용)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가수’의 기본인 가창력을 갖추지 않은 이들은 진짜 가수가 아니란 의미가 들어있다. 국내에서 가창력 없는 ‘붕어’ 가수들에 대한 논란이 한창 뜨거운 데서 비롯된 사안이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빅뱅 등의 인기로 한류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일본에선 이 법안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콘서트는 노래만 들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댄스 등 퍼포먼스를 보러 가는 측면도 있는데다 이를 ‘법’으로 금지한다는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매체 제이캐스트뉴스에 따르면 일본 연예인들과 한류 팬들은 립싱크에 대한 찬반 양론은 엇갈리지만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데는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MC·개그맨 카토 코지는 “어이없다. 어느 정도 만족할 것인가는 개인의 판단이므로 알아서 하도록 놔두는 게 어떤가”, 탤런트 오오사와 아카네는 “팬은 좋아하는 가수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기 때문에 립싱크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MC 테리 이토는 “대부분 라이브로 하고 난이도 높은 댄스곡만 일부 립싱크하는 경우도 처벌받아야 하는가”라고 했다.

도쿄의 한류 팬들은 “립싱크도 괜찮다” “무대에서 완벽한 모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라이브가 좋다”며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법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지난 17일과 18일 니혼TV뉴스는 가수들의 립싱크 금지 법안을 비중 있게 보도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잡지 ‘사이조’는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면 일본 가수들이 한국에서 공연하는 데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가창력으로만 승부하는 가수들만 나와 역시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야후재팬 네티즌들도 립싱크 찬반 의견은 엇갈리지만 법안 자체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수들의 립싱크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법안으로 규제할 사안인지는 모르겠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선 “머라이어 캐리 등 외국 유명가수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립싱크로 공연해 관중들의 항의가 거셌다. 이를 통해 건전한 공연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찬성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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