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K5 하이브리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기아차 K5 하이브리드는 복잡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몰라도 누구나 손쉽게 운전할 수 있도록 잘 만들었다. 실제 주행 연비가 15km/L 이상 나올 만큼 좋지만 비좁은 트렁크는 앞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기아차 K5 하이브리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만든 차다. 공인연비(21㎞/L)만큼은 아니지만 실제 주행 연비가 15km/L 이상 나올 만큼 좋다. 단점은 효율성 떨어지는 좁은 트렁크 정도다.

처음 K5 하이브리드의 키를 건네받았을 땐 걱정이 앞섰다. 3년 전 나온 아반떼·포르테 LPi 하이브리드가 기억났다. 연비는커녕 에너지 흐름이 부자유스러웠다. 신호나 정체에 걸려서 오토 앤 스톱 기능에 따라 엔진이 정지할 때 잔 진동이 있었을 뿐 아니라 재출발을 위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 액셀로 옮기면 또 다른 진동이 왔다. 더구나 평균연비를 표시하는 기능조차 아예 만들지 않았다. 연비를 자랑해야 할 차가 이를 숨긴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차는 복잡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잘 풀어냈다. 운전자가 복잡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냥 시동을 걸고 달리면 된다. 그러면 내장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알아서 연비를 좋게 해준다. 이런 게 좋은 것이고 잘 만든 거다. 하이브리드차의 개발 목표는 연료소비효율성(연비)이다. 성능이나 편의 장치는 후순위다.

 외관은 가솔린 모델과 차이가 없다. ‘ECO’ 로고와 뒷면의 하이브리드 네이밍이 이 차가 하이브리드라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워낙 K5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쏟아져 더 손질할 곳이 없다는 게 기아차의 속내인 듯하다. 친환경을 강조할 만한 무언가의 디자인적 요소는 있어야 할 듯한데 말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트렁크다. 2차전지와 보조배터리를 장착하면서 좁아진 데다 쓸모없는 조각 난 공간이 여기저기 생겼다. 가솔린 모델의 절반에 불과해 골프백 2개를 넣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요즘 바퀴가 커진 유모차라면 더욱 넣기가 어렵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쇼핑백 2, 3개와 유모차를 넣으려면 머리가 아파지겠다. 적재 공간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야겠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시속 20㎞ 이하 저속 주행 때는 엔진 가동 없이 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테스트를 해봤다. 제대로 전기차로 달린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이 작아서인지 금방 엔진 시동이 걸린다. 가솔린 2.0 엔진 150마력, 전기모터 41마력으로 총 191마력이 나온다. 하지만 실가속력은 떨어진다. 이유는 무거워서다. 이 차에는 일반 차에는 없는 리튬이온 2차전지, 두 개의 전기모터, 회생브레이크시스템 등이 달렸다. 그래서 가솔린 2.0 모델보다 무게가 155㎏ 더 나간다. 80㎏에 달하는 어른 두 명을 태운 것과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 보면 엄청난 비효율이다. 더구나 기존 루프보다 무게가 50㎏이나 더 나가는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달아놨다. 이건 좀 과하다. 계기판은 도요타 프리우스를 열심히 벤치마킹했다. 하이브리드만의 에코 표시창과 배터리 잔량, 속도 및 연료게이지를 푸른색으로 깔끔히 정비했다. 가격은 가솔린 모델보다 300만∼400만원 비싸다. 좋은 연비로 비싼 가격을 만회하겠다는 계산보다 지구를 생각하는 친환경차를 탄다는 ‘얼리 어답터’의 차로 적당하다. 가격은 하이브리드 세제 혜택을 받아 2925만~3195만원.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