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김종민 “그냥 딴따라라 불러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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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김종민(32)의 생업을 뭐라고 적으면 좋을까. 스무 살이 채 되기 전 가수 엄정화의 백댄서로 일했고,2000년부터는 댄스그룹 코요태의 멤버로 가수가 됐다. 2000년대 초입부터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리더니 어느새 섭외 ‘0순위’ 예능인으로 떠올랐다.

얼핏 어수룩해 보이는 그는 실제론 매우 영리한 방식으로 출세 연예인의 전형적인 코스를 밟았다. 연예계에선 그와 같은 이력을 뭉뚱그려 ‘종합 엔터테이너’란 근사한 말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그런 수식어를 사양한다. 대신 그가 스스로를 즐겨 부르는 말은 ‘딴따라’다. 그러고 보면 그만큼 ‘딴따라’의 빛깔과 잘 어울리는 연예인도 드물다.

그는 댄서로서, 가수로서, 또한 예능인으로서 대중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퍼나르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김종민에게 특정 직업군은 별 의미가 없는 셈이다. 그는 “대중이 저를 편안한 딴따라로 여겨주고 찾아만 주신다면 어떤 영역에서 일하든 상관 없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가수로 돌아왔다. 최근 디지털 싱글 ‘오빠 힘내요’를 발표하고 솔로 가수로 무대에 섰다.신지ㆍ빽가 등과 함께 활동하던 댄스그룹 코요태로부터 잠시 이탈했다. 솔로 가수로서도 그는 타고난 딴따라의 역량을 입증할 수 있을까.

글= 정강현 기자, 사진= PK미디어 제공


김종민(32)이 가수로서 홀로 서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본 이들은 많지 않다. 그가 속해 있던 코요태에서 신지의 자리가 워낙 넓었기 때문이다. 솔로 가수는커녕 그룹에서 단독으로 노래 부르는 일도 드물었다. 그런 그가 무슨 까닭으로 ‘솔로 가수’라는 도전장을 내밀게 된 걸까.

이야기는 2009년 12월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던 김종민은 그날 소집 해제를 하고 사회로 돌아왔다. 아니, 정확하게는 예능으로 돌아왔다고 적는 편이 옳다. 서울고등법원에서 공익 근무를 했던 그는 소집 해제 하던 날 곧장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 멤버들에게 납치 당하다시피 첫 방송을 찍었으니까. 그만큼 그에 대한 방송가의 기대가 컸던 시기였다.

하지만 2년이란 공백이 만만치 않았다. 그는 방송에서 자주 삐걱댔고, 종종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함께 출연하는 동료들의 직설적인 타박도 견디기 쉬운 건 아니었다. 대놓고 혼을 내는 선배들도 있었다. “‘1박2일’이 김종민 때문에 재미없어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버텼다. “내 실력에 비해 시청자들과 동료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천천히 조금씩 풀어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1년쯤 지나자 조금씩 예능 감각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가 솔로 가수라는 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가슴을 조이던 예능에서의 압박감으로부터 어느 정도 달아났기 때문일 테다. 그는 “예능에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자 코요태의 활동을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가 내던진 솔로 가수라는 도전장은 코요태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얘기다. 그의 설명이다.

“예전에는 코요태는 무조건 한 팀으로 묶여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코요태에서 신지의 자리는 확고했고 저나 빽가는 열심히 신지를 뒷받침하면서 간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훌륭한 후배 가수들이 많이 나오면서 코요태도 살짝 하락세를 겪게 됐다고 봐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솔로 활동입니다. 코요태의 활동을 좀 더 다양하게 가져가는 거죠.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솔로 가수 김종민이 아니라, 코요태 김종민의 솔로 앨범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충분치 않다. 그가 솔로 가수로 내놓은 음악의 노랫말과 컨셉트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우선 앨범 재킷을 보자. 절반은 페에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절반은 자연인 김종민의 모습이 담긴 어딘가 불안한 반쪽 얼굴이다. 앨범 홍보 영상의 도입부도 심상찮다. “김종민요? 관심 없는데요.” “안 웃겨요. 안 나오면 좋겠어요.” “김종민, 진짜 싫어요.” 사람들의 비난 소리가 쏟아지다가 마침내 전주가 시작된다. 그뿐만 아니다. 노랫말은 또 어떤가. 이런 식이다.

‘외로운 오빠는 오늘 이를 악물고/사랑도 인생도 다시 한번 배우고/과거는 지우고 싹 다 마음을 비우고/외로운 오빠는 마지막엔 웃어요….’

다분히 자전적인 메시지. 소집 해제 이후 견뎌야 했던 숱한 고민이 담겨 있는 듯하다.

-가사가 매우 솔직한데요.

“네, 사실 솔로 활동을 하기로 결심한 데는 자신감을 되찾자는 의지도 한몫을 했어요. 그룹 활동을 할 때도 단독으로 노래해본 적이 거의 없는 저로서는 사실 솔로 활동은 모험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용기를 냈어요. 부딪혀보면서 자신감을 찾고 싶었거든요.”

-홍보 영상에 나오는 비난을 실제로 들은 적이 있나요.

“인터넷에선 그보다 더 심한 얘기도 많이 봤죠. 다 제가 모자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예능에서 무슨 MC급도 아니고 실제로 대단한 위치가 아니었거든요. 대중이 저를 재미있게 봐줘서 어느 정도 사랑을 받은 것이죠. 그런 대중이 저를 다시 지적한다면 거기엔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오빠 힘내요’란 말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일 수도 있겠군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저는 방송인이기 때문에 시청자나 팬에게 혼날 때가 있는데, 저 말고 다른 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각자의 영역에서 일하다 보면 예기치 못하게 일이 잘 안 될 때도 있고 의기소침할 때가 있잖아요. 상사한테 혼날 때도 있고…. 그런 모든 분에게 건네는 위로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노래하는 거죠. 외로운 오빠는 마지막엔 웃는다고.”(※김종민은 자신의 솔로 데뷔곡이 30~40대에게 많이 불리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곡은 힙합과 트로트를 접합한 형식이다.)

-신지씨는 뭐라고 하던가요.

(※홍보 영상에는 신지가 김종민의 뒤통수를 때린 뒤 “라이브는 되냐”라고 한심한 듯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신지는 사실 제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노래가 중독성 있더라’라며 가장 많이 응원을 해주죠. 하하.”

시시콜콜 ‘어리바리’ 캐릭터에 책은 독?
공익근무 때 책 끼고 살았더니 … 어수룩 코드가 안 나오지 뭐예요

‘딴따라’ 김종민을 지배하는 이미지는 ‘어리바리’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수룩한 말투로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2009년 말 공익근무를 마친 뒤 부쩍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늘어난 독서량 덕분이다. 서울고등법원 복무 당시 그는 책을 옆에 끼고 살았다고 한다. “소설·경제· 실용서 등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고 했다. 소집 해제 직후 출연한 ‘1박2일’ 방송에선 제작진이 준비한 상식 퀴즈를 쏙쏙 맞혀내기도 했다.

그의 달라진 모습은 새로운 웃음 소재가 되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고나서부터 이상해진 것 같다”는 말로 웃음을 이끌어낸다. 소집 해제 이후 무뎌진 자신의 예능감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실제 그는 “공익근무 당시 책을 많이 읽으면서 전에는 해보지 못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가령 ‘지구 밖에는 뭐가 있을까’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있을까’처럼 본질적인 질문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늘어난 독서량이 실제로 그의 방송 적응을 더디게 만들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요즘 그는 다시 특유의 어리바리한 캐릭터로 안방극장에 웃음 폭탄을 터뜨리는 중이다. 하지만 방송에서의 캐릭터는 어디까지나 설정된 모습일 뿐. 실제로 만나본 그는 묵직한 독서량을 입증하듯 종종 ‘문자’를 써가며 대화를 이끌기도 했다. 이를테면 그가 ‘1박2일’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시절 강호동과의 일화를 들려준 대목.

“호동이 형이 ‘지금 잘하고 있으니 천천히 가면 된다’는 말로 격려를 많이 해줬어요. 형 말처럼 우보천리(牛步千里) 했더니 이제 조금씩 감을 되찾고 있는 것 같아요.”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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