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잠겼어요” 119 불러도 안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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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9월부터 119에 전화를 걸어 “술 취한 사람이 있다” “현관문을 열어 달라”는 요청을 해도 소방 당국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런 무분별한 출동 요구에 응하다 보면 꼭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구조요원들이 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긴급하지 않은 구급 요청 건수는 전체(148만1379건)의 14.7%인 21만7825건에 달했다. 대부분 취객이거나 단순 타박상을 입은 사람들이다. 구조 부문에서도 “잠긴 현관문을 열어 달라”는 요청이 전체 28만1743건 중 9.5%(2만6633건)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응급 사례가 아닌 구조·구급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3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17일 밝혔다. 시행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9월 시행된다. 소방방재청 황병수 대변인은 “응급구조·구급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119에 신고 전화를 걸면 소방당국은 내용을 들어보고 상황을 판단한다. 전화나 현장에서 구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신고 당사자에게 구조거절 확인서를 주고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령에 긴급하지 않은 사례를 구체적으로 나열해 시비가 벌어질 여지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애완견을 구조해 달라는 요청은 할 수 없다. 부부싸움이나 단순 절도 등 범죄 사건도 119 도움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38도 이상의 고열이나 호흡 곤란을 겪는 감기 환자는 구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멧돼지나 뱀을 잡아 달라는 신고는 할 수 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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