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로 제 발등 찍은 도널드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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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국 공화당 차기 대선후보를 노리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65·사진)가 16일 2012년 대선후보 경선전 불출마를 선언했다. 트럼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심사숙고한 끝에 대선후보 경선전에 나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기업 경영에 정열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대선에 나서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미국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할 자격을 갖춘 다른 후보가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 리얼리티 TV쇼로 인기를 끌어온 그는 지난 몇 달 간 대선출마를 저울질해왔다. 특히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미국 땅에서 태어나지 않아 헌법상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선정적인 주장으로 극우 보수진영의 지지를 모았다. 한때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들 가운데 지지도 2위(10%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백악관이 ‘1961년 8월 4일 오후 7시24분 하와이 호놀룰루 카피올라니병원에서 출생했다’는 내용의 오바마 출생기록부를 공개한 뒤 상황이 바뀌었다. 이날 공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2012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날 공화당 후보에 나오겠다는 트럼프가 지난 10년간 공화당보다 민주당에 더 많이 정치헌금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오바마의 명령으로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이 5월 1일(미국시간) 사살되면서 트럼프는 대통령에게 실없이 딴지나 걸며 선거를 혼탁하게 하는 사람으로 각인됐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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