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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캠페인 ‘물 사랑, 지구 사랑’ 체험학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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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하기 좋은 계절이다. 수도권에서는 전시·공연·체험과 같은 즐길 거리가 많지만, 도서산간지역에 사는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체험학습의 기회가 적다. 그런데 기업·박물관·과학관에서 소외지역 아이들을 위해 ‘찾아가는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환경지킴이 된 섬마을 아이들

 전남 완도군 보길초 이종섭 교사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주고 싶다. 하지만 섬인 탓에 혜택을 받기 어렵다. 도시를 중심으로 실시되는 이동형 체험학습에도 꾸준히 신청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사는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워주고 싶지만 쉽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진로석수에서 진행하는 그린 캠페인의 하나인 ‘물 사랑, 지구 사랑’ 체험학습이다. 진로석수는 소외지역·청정지역이라는 콘셉트로 행사를 기획하던 중 보길초를 알게됐다. 남도 끝 청정지역인 완도에 있는 보길초는 행사의 콘셉트에서 맞아떨어졌다. 진로석수는 지난달 30일 보길초 학생 30여 명과 학교 인근의 고산 윤선도 유적지에서 연꽃과 물옥잠·부레 같은 수경식물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진 뒤, 빈 페트병을 재활용해 수경재배 화분을 만드는 체험을 진행했다. 빈 페트병 가운데 구멍을 만들고, 화분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파란 구슬을 넣었다. 물과 함께 물옥잠을 넣어 페트병을 재활용한 수경화분을 완성했다. 체험학습에 참여한 김근태(6년)군은 “평소에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 페트병이 화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앞으로 화분을 잘 재배해 수경식물의 변화도 관찰해 볼 계획이다. 화분을 만든 뒤에는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방법에 대해 배우고, 실천을 다짐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이들은 ▶양치질 할 때 물 아껴 쓰기▶ 재활용 할 수 있는 물건 사용하기 ▶집안일 도울 때 세제 조금 사용하기 중에서 하나를 골라 평소 생활 속에서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김현지(6년)양은 “도시에서는 물을 사먹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길초 이학원 교장은 “환경보호에 대한 개념이 부족할까봐 걱정했는데 이번 경험이 좋은 기회가 됐다”며 “지구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안목과 사고력을 키우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전했다.
 
준비한 만큼 배움의 폭 넓어져

 진로석수는 올해 소외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진로석수 윤승원 대리는 “더 많은 아이들이 그린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업뿐 아니라 박물관·과학관 등에서도 찾아가는 체험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6년째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을 운영 중이다. 평소 박물관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지역의 초등학교로 박물관처럼 꾸민 버스를 보내 아이들의 관람을 유도한다. 국립중앙과학관도 소외 지역 아이들에게 과학을 알리는 ‘찾아가는 과학관’ 사업을 통해 창의적 체험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찾아가는 체험학습의 경우 주최자와 학생 모두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주최자는 단순한 관람이 아닌 만들고 체험하면서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활동을 마련하면 좋다. 경기도 파주 금화초 홍희경 교사는 “교과과정과 연계되면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학습의 폭이 넓어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활동 전후 시간을 활용해 관련 자료나 도서를 찾아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체험 전에는 부모나 교사가 유도해 체험 종류와 방법,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면 좋다. 흥미를 유발하고 활동의 핵심을 미리 이해할 수 있다. 체험 전에 살펴봤던 자료는 현장에 챙겨갈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집중력이 더욱 높아져 자료에 대한 이해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체험이 끝난 뒤에는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나 깨달은 점 등에 대해 기록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때 보고서 형식으로 딱딱하게 작성하기보다는 그림이나 자료를 활용해 간단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홍 교사는 “그리거나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아이가 체험을 통해 배운 내용, 느낀점, 계획 등에 대해 얘기하는 습관을 기르면 학교에서 발표나 토론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재활용의 필요성을 깨달았어요.” 지난달 30일 ‘물 사랑, 지구 사랑’ 체험학습에 참여한 아이들이 빈 페트병으로 물옥잠 화분을 만들었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진로석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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