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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불안한 KTX … 책임지는 사람도 없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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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코레일이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하드웨어(열차)와 소프트웨어(인력)가 모두 고장 났고, 나라 안팎에서 불신을 사고 있다. 고속열차는 잦은 사고로 얼룩졌고, 직원들은 안전불감증에 젖어 있다. 시민들은 툭하면 멈춰서는 열차에 불안해 하고, 국산 고속열차 ‘KTX-산천’의 도입을 검토하던 외국에선 사태를 주시한다. 코레일이 KTX-산천의 제작사 현대로템에 리콜을 요청하며 비판 여론을 떠넘기려는 듯한 태도는 문제의 핵심을 오도(誤導)하는 것이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 대해 무한책임을 느껴야 한다.

 올 들어 KTX와 KTX-산천의 사고와 고장은 유난히 잦다. 하루가 멀다 하고 탈선, 급정거, 저속·지연 운행이 빚어졌다. 열차 타기가 겁날 정도다. 2월에는 KTX-산천이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 안에서 탈선하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코레일은 땜질식 대응에 급급했다. “사고는 무슨, 사람이 다쳤습니까. 작은 고장인데…”라는 게 한때 허 사장의 안이한 상황판단이었다. ‘사고철(事故鐵)’이란 비아냥마저 나오던 때에 말이다.

 사고·고장의 원인이 기계적 결함에도 있겠지만 결국은 사람의 문제다. 10일 발생한 열차 지연 사고는 나사 빠진 코레일의 자화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관사가 비상제동 버튼 위에 도시락 가방을 올려놓은 탓에 운행이 지연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코레일 노조는 원인을 “허 사장 취임 이후 5000여 명의 무리한 인력 감원과 외주 확대 등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한다. 방만한 조직을 정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구성원들과의 대화가 부족했는지, 인력 배치가 제대로 됐는지는 짚어볼 일이다.

 어제 코레일은 KTX-산천의 결함에 대한 기술적 역학조사에 나서고 KTX의 주요 부품을 조기에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뒤늦게나마 잘못을 시인하고 개선에 들어간 건 다행이다. KTX-산천을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브라질에 수출하려고 결함을 숨기려는 건 옳지 않다. 오히려 공개하고 안전성을 보강하면 더 큰 신뢰를 쌓을 수 있다. 흠 있는 물건을 판 뒤 인명사고라도 난다면 국제적 망신이다. 일을 그르친 뒤에 뉘우쳐봐야 소용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