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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교육 명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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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과거의 명가(名家)란 명망이 높은 가문을 일컫는 말이다. 명가는 벼슬이나 부(富)만으로 만들어졌던 건 아닌 모양이다. 한 집안 사람들이 오랜 세월 쌓은 역사성과 품격을 명가의 요소로 더 높이 샀다. 벼슬만 많이 한 집안을 세도가라고 낮춰 부른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조선의 문과급제자 1만4600여 명 중 300명 이상을 배출한 가문은 전주이씨(844명), 안동권씨(358명), 파평윤씨(338명), 남양홍씨(322명), 안동김씨(309명)의 다섯 가문이다. 그러나 조선의 4대 명가로는 안동김씨 김상헌 가문, 반남박씨 박세당 가문, 한산이씨 이산해 가문, 연안이씨 이정구 가문이 꼽히기도 한다. 이들 집안 사람들이 충절과 청렴, 지조와 문필 등으로 가문의 품격을 높였다는 이유에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선 수백 년 역사를 이어간 전통 명가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재벌가나 다수의 정치인·법조인을 배출한 집안이 있지만 명가라고 이름 붙이기엔 아직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런데 3대에 걸쳐 교육에 헌신해온 교사 가족을 ‘교육 명가’로 부르는 건 어떤가. 한국교총이 오늘 개최하는 제30회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3대째 교단을 지키는 여덟 교사 가족이 ‘교육명가상’을 받는다. 올해 처음 생긴 상이다.

 수상 가족별 총 교육경력이 많게는 근 100년이나 된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세월이다.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교사 가족들의 품격이 돋보인다. 어릴 때부터 봐온 ‘참교육자’로서의 부모 모습에 끌려 교직에 몸을 담고, 같은 길을 걸으며 보람을 나눈다. 이들 입에서 “교직이 가업”이라든가,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 건 오롯한 진심일 터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명가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고는 한다. 하지만 교육자의 길을 함께 걷는 이 3대 교사 가족들은 역사성과 품격에 비춰 교육 명가로서 조금도 손색없을 듯싶다.

 문제는 갈수록 교사 노릇 하기 힘겨워지는 세태다. 한국교총이 어제 내놓은 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교직 만족도와 사기가 떨어졌다고 느끼는 교사가 자그마치 80%나 된다. 해마다 느는 추세다. 이러니 자녀의 교직 선택 찬성률도 2007년 53.8%(아들)~76.9%(딸)에서 올해 28.8%로 크게 하락할밖에. 이러다 교육 명가가 늘기는커녕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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