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유작 '해인사 풍경'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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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정월(晶月) 나혜석(1896~1948) 이 말년에 그린 작품 한 점이 발견돼 일반에 공개됐다.

예술의전당은 최근 "한 개인 소장가가 언론에 보도된 '나혜석의 생애와 그림' 전 소식을 듣고 연락해왔다" 며 "1937년에 그린 '해인사 풍경'으로 평론가 이구열씨 등 전문가들로부터 진품임을 확인받았다" 고 밝혔다.

이 작품은 천교도 지도자 최린과 염문을 일으켜 결혼 생활이 파경에 이른 후 방황하다 행려병자로 사망하기 불과 10여 년 전에 그린 것이다. 현재 진품으로 인정받은 나혜석의 유작이 20여점에 불과해 사료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혼 후 생계 유지를 위해 열었던 소품전이 실패로 끝나자 나혜석은 실의에 빠져 해인사에 있던 김일엽 스님을 찾아간다.

이때의 기록을 이듬해인 38년 '해인사의 풍광' 이라는 글로 남겼으며 이 글에 당시 묵었던 홍도 여관에 대해 언급을 한다. 그는 이 여관에 묵은 기념으로 주인에게 '해인사 풍경' 을 그려 선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로 23㎝, 세로 32㎝ 크기의 이 작품은 해인사 경내에 서 있는 탑의 쓸쓸한 정경을 담고 있다.

정형민 예술의전당 전시예술감독은 "작품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하더라도 나혜석이라는 인물의 생애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료가 발굴됐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고 말했다.
전시는 2월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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