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박지은, `혹독한 신고식'

중앙일보

입력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데뷔전에 나선 박지은이 네이플스 메모리얼대회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주니어시절부터 아마추어(성인)-프로 2부 퓨처스투어를 거치면서 늘 1인자의 자리를 지켜온 박지은이 이 대회에서 컷오프를 `턱걸이'로 통과한 데 이어 3-4라운드를 치른 전체 79명의 선수 가운데 공동 76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서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구겨지고 말았다. 가뜩이나 LPGA투어 공식 데뷔전의 부담을 느끼던 박지은은 특히 동반 출전한 김미현, 박희정의 컷오프 탈락으로 고국 팬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페이스를 잃었다.

박지은은 분수령인 2-3라운드에서 1-2m짜리 퍼팅을 번번이 놓치면서 자기 컨트롤에 실패했다. 퍼팅 불안으로 `쫓기는 입장'에 처하자 박지은은 결국 전체적으로 샷 감각을 잃어 어렵게 경기를 운영했다.

평소 "1-2월에는 제대로 플레이하기 어렵다. 시동이 늦게 걸리는 만큼 4-5월 접어들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평가해 온 박지은이지만 데뷔전에서 강력한 인상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올 LPGA투어 신인왕 타이틀을 향한 박지은의 행로가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드러났다.

최종라운드 중반까지 선두를 달렸던 젠 하나를 비롯해 지난 해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도로시 델라신 등 경쟁상대들의 실력이 만만찮다는 것이 입증됐다.

하나가 4라운드 막판 난조를 보이며 공동 8위에 그친 것이 박지은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하나가 우승해 신인상 포인트 150점을 따냈더라면 박지은은 신인왕 경쟁에서 버거운 추격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뻔 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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