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비염·아토피 고민이라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비염을 앓고 있는 아이를 데리고 한의원을 찾은 장수진(35·여·서울 개포동)씨는 깜짝 놀랐다. 비염의 원인이 ‘아이가 몸에 가진 열이 많아서’라는 진단 때문이다. 아이가 평소 찬물만 찾고 잘 때 땀을 많이 흘려도 단순히 열이 좀 많은 아이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이다. 한의사는 “아이의 열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비염뿐 아니라 아토피 등 알러지가 심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온라인 육아 카페에는 자녀의 열에 대한 궁금증을 묻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아기가 젖을 먹을 때 땀을 흠뻑 흘린다”거나 “덥지도 않은데 머리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며 이런 증상이 일반적인지에 대한 궁금증들이 많다. 이에 대해 강남 함소아한의원 김정열 대표원장은 “아이들은 순양지체(純陽之體)라 해서 성장하기 위한 열이 많은 존재”라며 “그 정도가 적당한지, 심하게 많은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몸속 열이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으면 기의 순환을 막아 면역체계가 불안정해지고, 피부나 호흡기 등 외부와 접촉하는 부위를 예민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비염·아토피 등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함소아한의원에서 2010년 1월부터 열 관련 처방 4만 72건을 질환 별로 분석한 결과, 1위가 비염(1만 653건·26.6%), 2위가 아토피 등 피부질환(7870건·19.6%)으로 나타났다.

비염은 증상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요즘은 특히 코가 막히는 비염이 많다. 아파트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과도한 난방, 인스턴트식품과 유제품 과다섭취 등 열을 만드는 생활습관 때문에 콧물이 마르고 코가 막히는 것이다. 촉촉하게 유지되어야 할 코점막이 마르면서 일교차, 꽃가루 등 자극에 반응해 환절기에 더욱 심해진다.

비염이 심해지면 밤에 잠들기 어려울 정도로 콧속이 바짝 마르거나 코딱지가 많이 생겨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 원장은 “만성화되면 두통이 생기고 집중력도 저하돼 학습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초기에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열기가 몸속에서 뭉치면 수분을 뺏겨 피부가 마른다. 간지러워 자꾸 긁게 되고, 정도가 심하면 환경이나 식단의 작은 변화에도 반응하는 아토피로 발전한다. 열로 인해 기 순환이 정체되는 것도 아토피의 원인이다. 열이 순환되지 못하고 막히는 곳, 즉 관절 부위나 살이 접히는 부위 등에서 간지러운 증상이 나타난다. 김 원장은 “피부가 빨갛게 부풀고, 진물이 나고 쓰리며, 코딱지가 잘 생기는 아이라면 열로 인한 아토피를 의심해볼 수 있다”며 “몸 안에 쌓인 열을 풀고 진액을 만들어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몸의 열을 다스리는 데에는 이른바 ‘쿨보약’ 처방이 좋다”고 덧붙였다. 쿨보약이란 열이 많고 양기가 강한 아이들의 체질을 개선하는 보음 처방을 통칭하는 것이다. 서각지황탕, 감로소독음 등의 처방이 주로 쓰인다. 몸속 열을 풀고 진액을 보강하며, 열이 많은 심장·폐의 열을 내리고 피와 물을 다루는 간과 신장을 강화시켜준다.

식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열이 많은 아이는 몸속 열을 식히느라 탄산음료, 주스, 아이스크림 등을 즐겨 찾는다. 이같이 달고 열량이 높은 식품은 몸속에 열을 더욱 쌓는다. 간식보다는 세끼 식사를 충실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 차가운 성질의 음식이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쌀밥보다는 보리밥이나 조밥을, 고기는 돼지고기나 오리고기를 먹이도록 한다. 미나리, 곰취 등 쓴맛 나는 채소를 자주 먹이는 것도 좋다.

[사진설명] 환절기에 심해진 아이들의 비염이 혹시 몸에 열이 많아서 그렇지는 않는지 살펴봐야한다. 열은 비염과 아토피의 원인이 돼 관리가 필요하다.

<채지민 pd myjjong7@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