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Reading 정복기 (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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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정복을 위해서는 기초부터 튼튼히 하라!

 필자에게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10학년부터 미국에서 공부하게 된 필자에게 주어진 첫 번째 어려운 영어 과제가 독후감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책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이미 한글 번역본을 여러 번 읽었기에, 자신만만하게 영문판 어린왕자를 집어 들고 와 책을 펼쳤다. 그 후 며칠 동안 영문 어린왕자에 나온 생소한 어휘들이 연습장 28페이지에 걸쳐 빽빽이 정리됐다. 내게 단어의 중요성과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처음 깨닫게 해준 책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대학원을 다니며 뉴욕 플러싱에서 교포2세들을 가르칠 때였다. 한국말은 서툴지만 공부를 매우 잘하는 여학생의 집에 단체로 놀러 갔었다. 그 학생의 책상 위에 Toni Morrison의 『Beloved』라는 책이 놓여 있었고, 옆에는 연습장이 펼쳐져 있었다. 누구보다 영어 실력이 뛰어났던 그 학생의 연습장에는 10년 전 내 그것처럼 소설책 페이지 별로 단어가 정리돼 있었고, 의미와 예문까지 꼼꼼하고 예쁘게 적혀 있었다. 그 학생은 그 후 커네티컷주의 명문 사립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고, 캘리포니아에서 법학 대학원을 나온 후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어휘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전쟁에서 좋은 무기를 충분히 지니고 있는 것처럼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영어 시간에 읽는 책 중 한 권을 선정해 나만의 단어 책을 만들어 활용해 보자. 일주일에 한 번, 지난 주에 몰라 적어 놓은 단어들을 다시 읽어 보고 내 것이 된 단어, 아직 생소한 단어, 그리고 알쏭달쏭한 단어를 구분해 표시하자.

 한 학기가 끝날 즈음이면 놀랍게 늘어난 단어 실력에 스스로 감탄할 수 있다. 하지만 Reasoning Test(추론 시험)이라고 불리는 SAT는 단어를 많이 알아 직역을 잘한다고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는 시험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국내 수험생이 쉽게 여기는 문장 채워 넣기 형식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제시된 문장에 한두 개의 빈칸을 남겨 둔 후, 논리적으로 가장 적합한 단어를 채워 넣는 것이다.

 완성되지 않은 그 문장엔 고맙게도 논리의 흐름을 보여 주는 구조적 힌트와 빈칸 추론을 위한 문맥상의 암시가 담겨 있다. 이런 문제를 잘 풀려면 단어 실력, 문장 구조 이해, 논리적 분석과 추론적 능력이 필요하다.

 Critical Reading 67개 문항 중 48개 문항을 차지하는 지문 관련 문제는 어떨까?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문장이 하나의 주제를 말하듯, 한 지문도 보통 한 주제를 전달하게 된다.글쓴이는 자신의 생각과 목적을 독자에게 논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려 한다. 즉, 글의 주제와 목적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문장채워 넣기 형식 문제에서 빈 칸을 채워 넣는 것처럼 때때로 복잡하게 보이는 글의 세부내용을 논리적으로 역추론 할 수 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늘 이렇게 충고한다. 문제를 잘 풀려고 하기보다 지문을 잘 읽으려 노력하라고. 종종 SAT를 문제풀이 공식으로 접근하는 학생들을 보게 된다. 문제풀이 기술이 아니라, 지문의 논리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중점을 둬야한다. 첫 단추를 잘 끼면 마지막 단추를 끼울 수 있다. 하지만, 서두르다 시작부터 잘못된다면 어떻게 될까?

<존 계 중앙일보 다빈치교육센터 카플란 sat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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