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관리형 유학 후 현지 사립학교 합격한 김세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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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관리형 유학은 관리교사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밀착관리를 하기 때문에 현지에 적응하기 쉽다. 여기에 원어민 1:1 수업 등 영어몰입환경이 잘 갖춰져 단기간에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에 좋다. 그러나 한국 복귀 후 영어학습 계획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두지 못하면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이럴 때는 현지사립학교 진학을 고려해봐도 좋다. 수학·과학 등 현지 사립학교 정규수업을 들으며 한 단계 높은 영어학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김세현(12)양은 지난 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 동안 필리핀 관리형 유학과정을 마쳤다. 그러나 김양은 한국 학교로의 복귀를 선택하지 않았다. 필리핀 현지 사립학교 라쌀(La Salle)에 초등 6학년 과정으로 다음 달 입학한다. 대개 한국 학생들이 국내 복귀를 서두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양의 어머니 황순미(44·서울 신내동)씨는 “더 수준 높은 영어 공부를 하면서 장기 해외유학 등 가능성을 열어둔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국 복귀를 서두르기보다는 필리핀 현지에서 영어학습을 이어가는 것이 영어실력 유지에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필리핀 현지 사립학교에 들어가려면 입학시험을 치러야 한다. 수학·과학·영어 등 주요 과목 필기시험을 본 뒤 면접을 거쳐 최종선발한다. 김양은 “필리핀 관리형 유학 덕에 입학시험 준비가 힘들지 않았다”며 “매일 에세이를 쓰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했던 수업이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을 때 유독 영어 글쓰기 실력이 부족했던 김양에게 필리핀 관리형 유학과정에서의 에세이 발표 시간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발표한 뒤엔 원어민 선생님께 개별 지도를 받았어요. 선생님께서 문장 첨삭뿐 아니라 글의 전개 방식과 구성, 발표 방법까지 꼼꼼하게 가르쳐줘 짧은 시간 안에 실력을 높일 수 있었죠.”

 매일 진행됐던 어휘 학습도 김양의 영어글쓰기 실력 향상에 한 몫 단단히 했다. 한 단어를 배우면 반드시 활용문장을 함께 익혔다. 간단한 3형식 문장부터 복잡한 구조의 문장까지 다양한 영작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매일 단어를 30여 개씩 공부했어요. 하루에 30문장 이상을 영작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늘었죠.” 필리핀에 가기 전엔 영어 한 문장 쓰기도 어려워했던 김양이지만, 지금은 1~2페이지 정도는 거뜬히 영작을 한다.

 ICA(현지 사립학교 영어교육과정) 수업도 입학시험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 현지 사립학교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배우기 때문에 수학·과학 등 교과목 필기시험 준비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김양은 “역사·과학 지식을 익히면서 영어실력도 기를 수 있어 인기가 많은 수업이었다”고 떠올렸다. “필리핀 유학을 하고 싶다”는 얘기는 김양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필리핀을 다녀 온 후 영어실력이 부쩍 늘었던 주변 친구들을 보며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멀리 보낼 수 없다는 아버지의 걱정이 큰 벽이었다. 김양은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 “필리핀 유학에 필요한 비용을 나중에 커서 갚겠다”고 말했다. 결국 아버지도 김양의 의지에 두 손을 들었다. 황씨는 “처음엔 불안했지만 필리핀 현지를 방문해 학습 효과를 눈으로 확인해보니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김양의 필리핀 유학 4개월 차에 유학업체가 준비한 부모 초청 자리였다. 강사들에게 ‘어메이징(amazing) 김세현’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모든 수업에 열심인 김양을 보면서 안심이 됐다.

 “처음 불안했던 것이 괜한 걱정이었죠. 관리도 철저하고 매달 레벨테스트로 반 구성을 바꾸는 긴장감 있는 환경이 아이 성격과 잘 맞았어요.” 하루 11시간 강도 높은 수업과 친구들 사이의 적절한 경쟁관계가 평소 도전의식이 강했던 김양에게 자극이 됐다. 현지 사립학교 입학 결정도 이런 필리핀 영어몰입 환경의 장점을 보고 결정했다.

 김양의 변화를 보고 오빠 홍윤(16)군도 필리핀 현지 사립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김군은 현재 필리핀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사립학교 입학을 준비 중이다. 어머니 황씨는 “물론 저렴한 비용도 장점이지만 이런 환경들이 아이의 영어학습에 큰 도움이 됐다”며 “필리핀 이후 호주·캐나다·미국 등 영어권 국가 장기유학을 부담 없이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김세현양은 “필리핀 관리형 유학 덕에 현지 사립학교 입학준비를 쉽게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필리핀 현지서 영어실력을 더 쌓은 뒤 영어권국가 유학도 고려 중”이라고 계획을 말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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