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기관사 "어떻게 해야…" 안내방송으로 고민 털어놔

중앙일보

입력

“아~덥다 더워! 기관사 아저씨 에어컨 좀 세게 틀어주세요” “아저씨 추워 죽겠어요. 왜 벌써 에어컨을 켜세요. 좀 꺼주세요”

한 지하철 기관사가 승객들의 ‘온도 투정’ 민원에 고충을 느낀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그것도 안내 방송을 통해, 승객들에게, 공개적으로. 8일 서울 낮 날씨는 20도 안팎이었다. 지하철 적정 온도는 여름엔 25~26도, 겨울엔 19~20도지만 오늘과 같은 날씨일 땐 승객의 입맛에 따라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해야 한다.

한 트위터러는 이날 정오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방금 2호선 아저씨(기관사)가 안내 방송을 통해 ‘아까 덥다고 해서 온도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춥다고 해서 다시 (온도를) 올렸습니다. 계속해서 덥다 춥다 민원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트위터러는 “아저씨가 사투리를 약간 쓰면서 이렇게 말하는데 주위 사람들이 다 빵 터졌다(웃었다)”며 “아저씨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2호선 지하철의 경우 앞ㆍ뒤 객량에 설치된 비상호출 버튼을 누르면 기관사와 통화할 수 있다. 이 기관사는 승객들이 춥다고, 또는 덥다고 버튼을 누르는 통에 ‘힘들어 죽겠다’며 애교 섞인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를 본 트위터러들은 “얼마나 고충이 심했으면 공개적으로 조언을 구했겠나” “‘네~네~알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그냥 무시하세요”

“지하철 이용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그걸 참지 못하고 버튼을 눌러댈까” “아저씨의 뚝심으로 온도를 결정하세요” 등의 익살스런 댓글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기관사가 지하철 각 량의 실내온도를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기관실 냉난방 시스템은 실제 실내온도를 측정하지 않고 온도만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관사가 수작업으로 온도를 맞추는 방식 대신 지하철 객량마다 자동 온도 제어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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