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초췌’ vs 오바마 ‘웃음’ 극과극 영상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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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전 초췌한 모습의 동영상과 사살 작전 완료 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의 악수를 건내는 동영상이 네티즌의 이목을 끌고 있다. “루저와 위너의 모습이 대비된다”는 네티즌의 평이다.

7일(현지시간) 미 당국이 공개한 빈 라덴 영상에는 헝클어진 잿빛 수염을 기른 그가 방 바닥에 앉아 있다.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허름한 담요를 두른 모습이 영락없는 평범한 노인이었다. 웅크린 그는 리모컨으로 위성TV 채널을 바꿔가며 자신이 나오는 뉴스를 찾아보고 있었다. 동영상에 나오는 방의 창문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낡은 텔레비전과 컴퓨터만 눈에 띄었다. 배경음은 들리지 않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주위 눈을 피해 은신하고 있던 빈 라덴의 처지와 흡사해 보였다.

반면 비슷한 시각에 공개된 영상에는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빈 라덴을 사살한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포옹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리언 파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악수하며 “국가안보팀이 대단히 훌륭한 임무를 완수해냈다. 귀하가 매우 자랑스럽다”고 치하했다. 이에 파네타 국장이 “그들이 정말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화답하면서 방안에 웃음이 퍼졌다. 이 동영상은 백악관이 한 주 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활동상을 담아 매주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영상물 '주간 웨스트 윙'에 올려져 있었다.

각 국의 방송과 유투브를 통해 이를 본 네티즌은 “수 년 동안 빈 라덴이 알 카에다에 명령을 내리는 영상만 볼 수 있었는데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드디어 악의 축 중 하나가 사라졌다” “루저와 위너의 극과 극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빈 라덴의 마지막 모습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빈 라덴 소탕은 업적에 남을 것이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상한 이메일 열지 말 것”=미국 국토안보부는 빈 라덴의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위장한 바이러스 유포나 피싱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며 네티즌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빈 라덴의 사망과 관련된 자료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메일을 열어볼 경우 악성 바이러스를 퍼트리거나 개인 정보를 빼내가기 위한 피싱 시도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엔 페이스북을 통해 ‘빈 라덴 죽음 축하 기념, 지하철 무료 탑승권 증정’이라는 내용의 광고 페이지가 등장했다. 이 페이지를 따라가면 개인의 신상 정보를 입력하라고 요구한다. 미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들은 “빈 라덴과 관련한 이벤트는 거의 없으므로 수상한 이메일이나 링크를 열지 않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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