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일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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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호 03면

한나라당의 ‘40대 후보론’을 거론할 때 4명의 이름이 나온다. 남경필(46·4선) 의원, 원희룡 사무총장(47·3선), 나경원(48·재선)·정두언(54·재선) 최고위원이다. 당직과 당내 위상을 감안하면 4인4색이다. 그중 남 의원은 비주류의 비주류다. 그는 MB 정부 출범 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이상득 불출마”를 외쳤다. 박근혜 대표 시절엔 사사건건 박 대표를 비판한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일원이었다. 그는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진 6일 초·재선 의원 33명과 함께 ‘새로운 한나라 모임’을 만들었다. “계파 해체와 한나라당 혁신”을 내걸었다. 7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당 위기론을 물었다.

계파 해체 외치는 남경필 의원

-한나라당은 왜 위기를 맞았나.
“기본을 지켜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흐름을 외면했다.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는 건 당의 기반을 스스로 허물어뜨렸다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선 경제 잘하라고 대통령 뽑아줬는데 청년 실업이니, 전세난이니 해서 잘한 게 하나도 없다. 보수의 가치와 법치, 안보를 지켜내지 못했고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미지까지 덧칠해졌다. 당 내부는 끝없이 분열했다. 계파 대립 외에도 주류 내부가 분열됐다. 새로운 흐름을 외면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눈감았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일을 속도 있게 하라는 게 아니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통하라는 것인데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당을 어떻게 바꾸자는 건가.
“한나라당은 두 가지 방향에서 바뀌어야 한다. 먼저 국민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일했다. 국민이 원하는 쪽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니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젠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둘째는 행동양식을 바꿔야 한다. 한나라당은 엉뚱하게 열심히 일하면서 그것도 힘으로 밀어붙이고 소통을 안 했다. 국회의원들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런 행동양식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인물과 세대가 교체돼야 한다.”

-당원마다 쇄신 구상이 다를 게 아닌가.
“새로운 한나라당의 가치와 방향을 과학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모두 들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 어디로 떠났는지, 젊은 층은 왜 계속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는지 답을 찾아야 한다. 진단이 나오면 수술법은 자연스레 나온다.”

-국민들이 원하는 게 뭐라고 보나.
“국민의 키워드는 불안이다. 일자리·교육·주거·먹거리·안보가 모두 불안하다. 그런데 우리는 역주행했다.”

-왜 몰랐다고 보나.
“정부가 가치를 붙잡지 못하니 정책이 잘못 나왔다.”

-그런데 당은 왜 청와대를 따라갔나.
“인사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공천이다. 국회의원의 가장 큰 관심은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인데 공천을 쥔 권력자에게 대들 수 있겠나. 장관 인선도 그렇다. 대통령께 쓴소리 한 사람 중에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진이 된 경우가 있나. 그러니 모두가 대통령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나.”

-당엔 책임이 없다는 얘긴가.
“물론 당 지도부의 책임이 크고 의원 개개인에게도 잘못이 있다. 나도 자유롭지 못하다. 청와대에서 그런 지시가 오면 ‘노’ 하고 떨쳐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도부는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내려온 방향대로만 따랐다.”

-새 원내대표 선거의 의미는.
“한나라당 변화의 시작이다. 재·보선 이전과 이후는 한나라당으로선 예수님 탄생 이전과 이후만큼이나 변화가 크다. 원내대표 선거로 친이계 대리통치를 거부하고 세력 교체를 통한 쇄신의 깃발을 올린 것이다.”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40대 대표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나.
“나이 못지않게 가치와 행동이 젊은 당 대표가 한나라당에 필요하다. 그런 대표는 국민들의 환영을 받을 테니 젊은 대표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확산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새 세력이 당 전면에 나서 끌어가야 한다.”

-7월 전당대회서 당권에 도전하나.
“열어 놓겠다. 당의 방향에 내가 맞다면 주저하거나 마다하지 않겠다.”

-젊은 대표론의 걸림돌은 없나.
“젊은 대표 주자들의 연대 폭과 속도가 세력 교체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당 대표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당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 각자의 잘잘못을 가리고 누구를 때리는 식의 리더십이라면 곤란하다. 당이 하나로 뭉치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당내 계파는 무조건 해체돼야 한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그럴 가능성을 봤고, 계파 해체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또 새로운 행동양식도 보여줘야 한다. 새로운 당 대표는 최소한 군대를 마치고 세금을 내고 봉사활동도 1년에 200시간은 해본 사람이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구원 등판론을 어떻게 보나.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경우 당의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나선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국민들로부터 완전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거다. 인물은 그 다음 문제다. 우리의 가치와 행태를 그대로 가져가면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도 당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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