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첼리스트 양손 크기 왜 다를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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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호 05면

29세 첼리스트 김기현씨를 만났습니다. 얘기를 나누던 중에 두 손을 쫙 펼쳐 보여주더군요. 왼손이 오른쪽보다 컸습니다. 양손을 겹치니 왼손 손가락들이 오른손 위로 삐죽삐죽 올라왔습니다. 또 오른쪽 손가락 몇 개는 완전히 펴지지가 않았습니다. 본인은 “쫙 폈다”고 하는데 뼈마디가 구부러져 있었습니다.

김호정 기자의 클래식 상담실

첼리스트의 자세를 떠올리면 이해가 됩니다. 왼팔로 악기를 끌어안고 현을 누르죠. 사방팔방으로 왼손가락들을 뻗어야 하기 때문에 쭉쭉 늘어납니다. 오른팔로는 활을 잡습니다. 손가락을 구부린 채로 말이죠. 그래서 왼손은 손가락이 늘어나고, 오른손은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 겁니다. 얼마 후 만난 또 다른 첼리스트의 손도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피아니스트들은 무대 위로 걸어나올 때 영 멋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등이 굽어 있죠. 피아노 치는 자세가 부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거북이처럼 목을 구부리고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야 하거든요. 이 자세가 굳어버린 듯 보이는 피아니스트가 많습니다. 또 정형외과 의사들은 컴퓨터·피아노 치는 손목을 ‘나쁜 자세’로 지목합니다. 손바닥이 하늘로 가도록 하거나 편하게 내려뜨리는 자세가 인간에게 편안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마르타 아르헤리치 같은 뛰어난 피아니스트조차 자신 없는 사람처럼 엉거주춤 무대로 나옵니다. 하지만 건반 위에선 깜짝 놀라도록 좋은 연주를 보여주죠.

이번엔 성악가 차례입니다. 보통 말을 하고 가끔 노래를 하도록 만들어진 사람의 성대는 성악가의 ‘작업량’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성대엔 굳은살이 쌓이다 못해 혹이 생깁니다. 성악가 환자를 많이 대해보지 못한 의사들은 대뜸 수술을 권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악가들을 잘 돌보는 이비인후과는 따로 있다고 하죠. 성악가들의 사정을 잘 아는 명의들은 이 성대 결절을 끌어안고도 노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죠.

바이올린 연주는 그야말로 나쁜 자세의 전형입니다. 목을 왼쪽으로 꼬고 악기를 지탱하는 자세는 하루에 몇십 분만 해도 좋지 않겠죠. 하지만 바이올리니스트들은 매일 몇 시간씩 이 자세로 연습합니다. 손가락·팔목은 물론 등에도 여러 가지 부상이 생깁니다. 막심 벤게로프, 정경화 등 우리가 사랑하는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부상으로 은퇴를 선언했거나 쉬고 있죠.
연주자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병원, 마사지 센터가 따로 있는 이유입니다. 요새는 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 스트레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엔 연주만 가르치던 여름 음악 캠프에 스트레칭 수업이 단골로 들어가고 있죠. 이처럼 음악가는 운동 선수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훈련 과정은 혹독합니다.

‘몸을 바쳐’가면서 이들이 이루고 싶은 것은 뭘까요. 우리가 듣는 음악에 그들이 찾는 것이 다 들어있다 생각합니다. 연주자들과 같은 것을 느낄 때 음악을 듣는 짜릿함이 전해오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wisehj@joongang.co.kr

A 훈련 혹독해 체형도 변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클래식을 담당하는 김호정 기자의 e-메일로 궁금한 것을 보내주세요


김호정씨는 중앙일보 클래식ㆍ국악 담당 기자다. 읽으면 듣고 싶어지는 글을 쓰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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