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 하늘 가르는 몸짓 … 파슨스 댄스 컴퍼니 7년 만에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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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무용수로 이루어진 파슨스 댄스 컴퍼니는 특유의 활기차고 열정적인 춤으로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무용단이 됐다. [사진작가 로이스 그린필드]


2004년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국의 현대무용단이 내한 공연을 했다. 공연 막판, 극장은 옅은 불빛마저 차단돼 깜깜해졌다. 객석은 술렁였다. 그때 무대에 날아든 한줄기 빛, 0.5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무용수는 점핑을 했다.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다시 암전, 곧 이어 조명, 정확한 점핑…. 무용수가 바닥에 닿는 순간은 암흑으로 변했고, 점핑 하는 순간에는 빛이 번쩍였다. 무용수가 공중에 붕붕 떠있는 듯한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조명과 무용의 절묘한 만남이었다. 파슨스 댄스 컴퍼니의 무대였다.

 파슨스 댄스 컴퍼니가 7년 만에 다시 한국에 온다. 5일부터 ‘Caught’ ‘Remember Me’ 두 작품을 올린다. 독특한 아이디어, 허를 찌르는 반전은 이번에도 변함없다.

무용단은 1987년 창단됐다. 당시 28세의 젋은 안무가 데이비드 파슨스는 “왜 현대 무용은 어려워야만 하는가. 심각하거나 추상적인 게 예술인가. 쉽게 누구나 볼 수 있어도 예술적 성취는 이룰 수 있다”고 선언했다. 단순 명쾌한 춤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파슨스의 행보는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을 연상시켰다. 그의 춤은 아우디·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자동차 광고에 등장했다. 그는 트루사르디·에르메네질도 제냐 등 명품 브랜드 패션쇼에서도 춤을 추었다. 펑키 밴드, 라틴 팝과도 협업했다. “현대무용도 돈이 될 수 있다는 걸 간파한, 천재 안무가”라는 평이 잇따랐다. 무용평론가 장인주씨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큼 영리하면서도 예술적 완성도를 갖추었기에 20년이 넘도록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파슨스 댄스 컴퍼니 내한 공연=5∼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4만∼10만원. 1544-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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