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대권 분리 규정 개정 논의할 때, 친이계는 말로만 화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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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호 04면

-재·보선 패인을 뭐라고 보나.
“실적이 워낙 부족했고 희망과 꿈을 주는 데 실패했다. 실적을 말하는 상징적 숫자가 있다. 대학졸업생 실업자가 200만 명을 넘어 가고 있다. 굳이 양극화 얘기를 꺼내지 않아도 2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괴멸적 현상을 보일 수밖에 없는 수치다.”

친박 탈탕까지 거론한 홍사덕 의원

-당보다 정부의 책임이란 말인가.
“당에도 공동 책임이 있다. 당이 꿈이나 희망, 비전을 주는 데 실패했다. 일본의 자민당이 55년간 장기집권한 이유는 사회당과 민사당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안면몰수하고 자기 정책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그런 유연성과 적응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대북관계에서 적어도 당은 다른 소리를 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강재섭 전 대표가 분당에서 고전한 이유를 따져보면 공천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지도부가 흠집을 냈다.”

-분당 공천은 왜 그렇게 됐나.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인은 스스로 큰다. 키워주는 게 아니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했다. 만고의 진리다. 누군가가 박근혜 전 대표를 염두에 두고 대항마를 키우려고 생각했다면 그 자체가 잘못 설계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누구와 다투게 될까.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결국 손학규 민주당 대표라고 본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데 장애물은 없나.
“치열한 경쟁이 있기를 바란다. 경쟁은 지지기반을 넓히고, 국정 운영에 임하는 사람을 진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박 전 대표가 안전지대에만 숨으려 한다는 비판이 있다.
“침묵의 정치란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박 전 대표의 침묵은 강요된 침묵이다. 4대 강 문제만 봐도 침묵을 지키지 않았다면 분란이나 분쟁으로 비춰질 것 아닌가.”

-당내 일각에선 젊은 대표론의 주장도 강하다. 입장은 뭔가.
“나이가 젊은 게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청와대를 대하는 태도에서, 또 철학에서 젊음이 배어나는 용기를 갖춰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대표론은 그럴듯한 주장이다.”

-그동안 당 지도부가 청와대를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었나.
“뉴트 깅그리치는 1994년 40년 동안 민주당이 다수당이던 하원에서 하루 아침에 혁명적 변화를 만들었다. ‘미국과의 계약’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왔다. 우리 당에 그런 게 필요하다. 그런 변화는 백악관에서 나온 게 아니다. 하원의원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의 생각이 모아진 것이다. 한나라당 말고 누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나.”

-비대위원장이나 당 대표직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당 대표직은 고려해 본 적 없다.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까지 주류가 해온 관행에 비춰볼 때 가능성 없는 얘기다.”

-주류가 왜 반대한다고 보나.
“나는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만나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한 뒤 친이와 친박 개념을 털었다. 개인적으론 친박 모임에도 안 나간다.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이면 경계를 허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편에서 상응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도 기다린다.”

-친이와 친박 갈등은 어떤 해소책이 있나.
“총선(공천) 갈등은 상당 부분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다. 나머지는 남아 있는 기간에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남은 기간에도 신뢰의 바탕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마련해도 최소한 시끄러운 분란이 불가피하다. 얼굴 몇 명 바꾸는 게 아니라 자세, 청와대와의 관계, 당 운영 방식 등 모든 분야에서 변화돼야 마음을 살 수 있다. 속임수론 안 된다.”

-이재오 장관이 당 대표직에 도전하면 친박계에선 받아들이나.
“분당에서 투표하던 날에도 호남 어디에서 사람 모아 놓고 개헌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 그런 접근 방식은 곤란하다. 그런 태도를 고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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