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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연평균 수익률 9% 선… 예·적금 이자의 두 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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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호 24면

충북 청주에 사는 김진미(47·주부)씨는 딸 이주아(대성여중 3년)양과의 대화시간이 늘었다. 자칫 서먹할 수 있는 사춘기 딸과 엄마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어 준 건 3년 전 가입한 어린이펀드였다. 김씨는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펀드를 만들어줬다. 이양은 자기 명의로 된 펀드에 애정을 듬뿍 쏟았다. 한 달 용돈 2만~5만원을 꼬박꼬박 모아 엄마가 넣어주는 펀드 적립금에 보탰다. 그렇게 만든 돈이 벌써 790만원이 됐다. 이 중 원금 700만원을 뺀 90만원이 수익이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펀드 운용사에서 주최하는 중국 상하이 견학 프로그램에 당첨돼 3박4일을 다녀오는 행운을 잡았다. 중국의 미래를 압축한 상하이 도심을 돌아보고, 중국 친구들과의 만남도 가졌다.

재테크 대학 등록금 어린이펀드로 마련해볼까

“딸 아이가 펀드 적립하고 해외까지 다녀오면서 경제에 대한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요. 펀드 수익률이 떨어져 불안했을 때도 ‘아직 경기회복이 덜 돼서 그래. 괜찮을거야’라며 되레 저를 다독이더라고요. 일단 대학 등록금으로 쓸 생각이지만 여유가 있으면 계속 넣자고 했어요.” 흐뭇한 엄마의 설명이다.

어린이날 자녀에게 줄 특별한 선물로 어린이펀드가 각광받고 있다. 부모들이 대학입학·유학 등 아이의 교육자금을 미리 마련해 주자는 차원에서 아이 이름으로 들어주는 선물이다. 연 4~5%의 이자를 주는 어린이 예금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연평균 9%)도 매력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는 총 98개의 어린이펀드가 있다. 대부분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투자자 설정액(원금) 기준으로 지난달 28일 현재 2조1725억원에 달한다. 비과세 상품으로 인기 있는 장기주택마련펀드(1조9030억원)나 최근 시장이 커지는 퇴직연금펀드(2조599억원)보다 규모가 크다. 어린이펀드의 3년 수익률은 28.0%로 장기주택(28.9%), 퇴직연금(26.3%)과 비슷하다. 그러나 최근 1년 수익률은 증시 호조로 29.1%에 달해 장기주택(17.0%), 퇴직연금(13.6%)을 크게 앞서고 있다.

펀드운용사들에 따르면 어린이펀드에 월 20만원 정도를 10년간 꾸준히 적립하면 4년 대학등록금은 무난히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설정액이 가장 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우리아이 3억만들기펀드’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2005년 설정 당시 초등학교 3학년생이던 아이가 매달 20만원을 넣고 있다면 대학입학 시점인 2015년에는 5030만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까지의 펀드 누적수익률(48.7%)이 앞으로도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복리 효과로 원금 2400만원이 109.6%의 수익률을 낸다는 것이다. 올해 사립대 평균등록금(768만원)에 연간 등록금 상승률(2.29%)을 적용해도 4년간 학비로 충분한 금액이다.

어린이펀드 가입은 보통 5~10년씩 적립하기 때문에 첫 선택이 중요하다. 삼성증권 김태훈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용성과를 내고 있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연구원은 “설정액이 너무 작지 않은 펀드가 좋다. 설정액이 작으면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기 힘들고, 영어캠프·해외 견학 등 아이들에 돌아가는 각종 혜택도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 이름으로 가입하면 운용사별로 자신에 맞는 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매년 3월 말 어린이펀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족 3~4인씩 총 120명을 초청해 어린이 영어캠프를 연다. 여름방학 중 소외 이웃을 돕는 어린이봉사단을 꾸리고, 음악회도 개최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리더대장정’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매년 계절마다 4회에 걸쳐 총 2400명을 추첨해 중국 상하이 견학을 실시한다. 학교별로 다니며 놀이를 통해 경제를 배우는 스쿨투어와 60여 개 지역을 나눠 다니는 경제교실도 연중 진행하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해마다 제주도에서 2회에 걸쳐 총 720명의 어린이에게 3박4일 일정으로 예술·경제 캠프를 연다. 지난해에는 뮤지컬배우 남경주씨를 초청했다. 신한BNP의 김항철 마케팅팀장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펀드교육에 예술인과의 만남을 조합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NH-CA자산운용은 고등학생 20명을 대상으로 미국 명문대 견학을 실시한다. 올해 여름방학에는 미국 동부 명문대와 뉴욕 월가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운용보고서를 만화로 만들거나 경제교실 블로그를 만든 운용사도 있다.

어린이펀드를 자녀 명의로 가입하려면 부모 중 한 명이 은행·증권사 등의 판매창구를 방문해야 가능하다. 친척이나 타인이 대신 가입할 수는 없다. <표 참조>

펀드 가입 때 증여세 문제는 꼼꼼히 짚어봐야 하는 부분이다. 현행 세법에서는 만 19세까지 10년간 15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펀드에 가입할 때 사전 약정기간만큼의 예상 원금을 미리 세무서에 신고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하면 원금 중 1500만원이 넘는 부분은 증여세를 내는 게 원칙이지만 수익금은 증여세가 면제된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원금에 수익금까지 합친 1500만원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면제된다. 1500만원이 넘으면 증여재산 1억원까지 10%의 세금이 부과된다.

물론 1500만원이 넘더라도 모두 과세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 김주석 조사관은 “유학비, 대학등록금, 생활비 등 사회 통념상 필수 자금으로 인정되는 목적을 위해 사용할 경우 비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어린이펀드가 세제 면에서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메리트가 없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529 플랜’이라는 교육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비에 사용할 목적으로 주정부에서 인정한 펀드나 저축에 가입하면 세금감면 혜택을 준다.

싱가포르는 부모가 아이를 낳은 후 양육비 마련을 위해 CDA(Child Development Account)라는 계좌에 현금을 넣으면, 적립금액에 따라 보조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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