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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으로 오세요] 비비고 말리고 “왕의 차에 취해보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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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차 문화축제에서 외국인이 차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하동군 제공]

“비비고 말리고, 한번 더 덖고, 어! 왕의 녹차 완성이네.”

가마솥에 적당량의 야생 찻잎을 넣고 골고루 덖은 다음 차의 성분이 배어 들도록 멍석에서 비빈다. 잘 비빈 찻잎은 순이 분리되도록 말려서 다시 끝 덖기를 한다. 차 맛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끝 덖기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충분히 덖는 것이 좋다.

대한민국 차 문화 1번지 경남 하동에서 다음 달 4~8일 열리는 제16회 하동야생차 축제 동안 화개면 차 문화센터에서 할 수 있는 차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다. 체험 뒤 30g 들이 왕의 녹차 1통을 기념품으로 준다.

야생차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1500여 개 축제 가운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우수 축제로 선정한 ‘명품 축제’. 축제 슬로건처럼 ‘왕의 녹차, 녹색 풍류’를 만끽할 수 있다.

축제를 앞두고 차 시배지인 화개·악양면의 야생 녹차 밭에서는 햇차 수확이 한창이다. 수확은 곡우(20일) 전후로 따는 우전, 5월 5일 이전의 세작 등을 거쳐 5월 말까지 계속된다. 하동은 밤낮 큰 기온차 등 차나무 재배에 최적 환경을 갖춰 녹차가 신라·고려시대에 왕에게 진상됐던 곳이다. ‘왕의 녹차’란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다.

화개·악양면 재배농가는 덖고 비비는 전통 수제차 제조법으로 최상품 녹차를 만든다. 1940여 농가가 1010㏊에서 연간 245억여원의 소득을 올린다. 지난겨울 재배면적의 75%가 냉해 피해를 보아 올해는 수확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축제 행사로 다음 달 7일 차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녹차 세족식’은 부모형제와 남편·아내·연인끼리 화해와 용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행사다. 올해 세족식에는 200쌍 400명이 초청된다. 29일까지 군청 홈페이지 등에 신청하면 된다.

조유행 하동군수는 “한국 최고 명차의 향에 취해볼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동군청 홈페이지(www.hadong.go.kr)에서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황선윤 기자

차의 고장 하동=삼국사기에 ‘신라 흥덕왕 3년(서기 828년)에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 대렴공이 차 종자를 가지고 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해 이때부터 성하였다’고 적혀 있다. 지리산 쌍계사 입구의 대렴공추원비에는 지리산 쌍계사가 한국 차 시배지라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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