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출구전략 쓸지 두어 번 더 지켜보겠다”…8월 초까진 긴축 없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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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 대통령, 질문 있습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가운데)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역사상 처음 열린 금융통화정책 정례 기자회견에 직접 나와 답변했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은 앨런 그린스펀처럼 카리스마적이지 않았다. 재치 있는 말솜씨를 자랑하지도 않았다. 강의를 충실하게 준비한 교수에 가까웠다. 시장이 궁금한 내용을 충실히 설명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다음은 언론과 버냉키의 일문일답 요지.(※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언제 출구전략을 시작할지 예상할 수 있는 힌트는 없는가.

 “회복세가 지속 가능한지를 지켜봐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을 주시해야 한다. 1분기엔 지난해보다 고용사정이 개선됐지만 더 나아져야 한다. 인플레이션도 중요한 변수다. 최근 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다소 오르긴 했으나 중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안정돼 있다. 출구전략은 언제 시작할지 나도 모른다. 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 있는 ‘상당 기간’은 말 그대로 행동에 나서기 전에 ‘두어 차례(a couple)’ 더 FOMC 회의가 있을 것이란 뜻이다. 다만 이는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전적으로 경제 여건에 달렸다.”(※FOMC 다음 회의는 6월 21일과 8월 9일이다. 8월 회의까지는 경제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인 셈이다. 성명엔 ‘초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한다’는 문구가 26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올 6월에 2차 양적완화 정책이 끝나면 어떤 충격이 있을 거라 생각하나.

 “금융시장이나 경제에 그리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이미 예견돼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리나 주가에 더 영향을 주는 건 FRB가 채권을 얼마나 사들이느냐보다 FRB의 자산 규모가 얼마냐다. FRB가 이미 사들인 채권에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이를 재투자해서 자산 규모가 줄지 않도록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다. 이 정책은 6월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만약 출구전략에 착수한다면 첫 단계는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조치부터 시작할 것이다. 이는 아주 약한 조치지만 FRB의 자산을 줄인다는 면에선 긴축이라고 말할 수 있다.”

 -2차 양적완화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2차 양적완화 정책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믿는다면 효과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조치를 고려하기 시작했을 당시엔 더블딥과 디플레이션을 우려했다. 누구도 이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2차 양적완화 정책으로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고용사정이 분명히 회복됐다. 금융시장 불안도 수습됐다. 그런 면에서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당장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 이젠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FRB가 달러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있다.

 “우선 달러정책은 재무부 소관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FRB는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 안정을 위해 두 가지를 할 수 있다. 하나는 물가를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경기를 회복시켜 완전고용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두 가지 임무를 잘 수행하면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는 올라간다.”(※가이트너는 26일 미국외교협회 연설에서 강한 달러 정책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 후 달러 가치는 16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많은 미국인이 휘발유값과 식료품값 상승에 당황하고 있다.

 “고유가는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수요 측면에선 신흥국 석유 소비가 급증했다. 중동·북아프리카 사태로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실적으로 FRB가 유가를 낮출 수단은 없다. FRB가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신흥시장의 성장을 조절할 수도 없다. 우리는 고유가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을 뿐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안정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는데.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중장기로 볼 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우리의 관리 목표 범위 안에 있다.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들썩인다면 바로 대응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중앙은행은 없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 신용전망을 강등했다.

 “S&P의 조치는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미국이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는 건 신문을 본 사람은 다 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정부와 의회로 하여금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도록 독려하는 효과는 있었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대폭 삭감하려 하고 있다. FRB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장기 재정적자 해소는 우리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다만 이는 장기 이슈다. 지금까지 거론된 장기 재정적자 축소 방안은 단기적으로 경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재정지출 삭감이 단기에 집중된다면 이는 경기회복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FRB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기에 영향을 줄 단기 지출 삭감안은 없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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