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북한에 사교육 열풍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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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북한 내에서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5~10년 후에 닥칠 북한의 미래상황이 불안해서다.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북한 부모들은 5~10년 뒤에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든지, 망하든지 둘 중 하나의 상황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세계무대에서 겨뤄야 하고, 이를 위해 신기술과 어학실력을 배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들은 당간부나 무역상 등 돈이 제법 있는 사람들이다. 소위 북한 내 상류층인 셈이다. 이들이 북한의 붕괴를 점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북한전문매체에 따르면 북한에서 사교육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다. 당시에는 주로 기타나 손풍금, 피아노 같은 악기를 개별지도로 가르쳤다는 것이다. 당시 북한 주민들이 악기강습에 매달린 이유는 상품 때문이다. '노래경연대회에서 1등하면 천연색 TV를 타지만, 국가적인 발명대회에서 수상하면 도자기 하나를 선물받는다'며 과학을 경시했다는 것. 이 때문에 예술분야로 아이들을 진출시키기 위해 악기강습이 유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교육 열풍이 어학이나 신기술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한 지식인과 대학생 사이에는 "앞으로 5~10년 뒤를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신념으로 굳어가고 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폐쇄체제의 북한은 5~10년 밖에 못간다는 뜻이다. 이후에는 개혁개방을 하든지 망하든지 두갈래 길 중 하나에 들어선다는 것. 이렇게 되면 지금의 청소년들이 성장한 뒤에는 세계무대로 나갈 수 밖에 없다. 악기나 수예, 미술 등에 머물렀던 사교육이 영어, 중국어, 수학, 물리로 바뀌고 있는 이유다. RFA의 문성휘 북한담당기자는 "북한 주민들은 후진국에 살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북한 사회가 변화하든지, 아니면 붕괴할 것이라는 긴장감이 학부모들로 하여금 세계무대에서 당당하게 겨루든지, 최소한 밀리지는 않게 자식들을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교육 비용은 지역마다 다르다. 함경북도 청진과 회령시에서는 영어와 중국어 교육에 북한돈으로 월 3만원 정도한다. 쌀 1㎏이 2000원 정도이니 쌀 15㎏정도에 해당하는 비싼 돈이다. 하루에 2시간씩 일주일에 6일 정도 배운다. 평양이나 평성, 남포는 청진보다 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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