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까지 숙지한 경관이 술 마시고 지역주민 성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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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울산경찰청이 내세우는 자랑거리 하나가 있다. 파출소 근무자 전원이 발령 받은 지 1주일 안에 관내 약도를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순찰 시 범죄 취약지대를 더 챙기고, 112 신고를 받고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기 위한 순찰담당 경찰의 필수 요건”이라는 게 울산경찰청 방침이다.

 A경장(38)도 이에 따라 2월 울산동부경찰서 소속 모 파출소로 발령받자마자 강도 높은 교육과 현장답사를 거듭했다. 뒷골목까지 포함한 도로와 건물의 위치, 주민들의 생활패턴, CCTV 위치, 범죄 발생시 예상 도주로까지 파악하게 된 경위다.

 21일 오후 7시쯤 근무를 마치고 평상복 차림으로 친구와 술자리를 갖게 된 A경장. 자정 무렵까지 양주 2병과 맥주 10병을 나눠 마신 뒤 친구들과 헤어진 그는 아내와 자식이 기다리는 집이 아니라 자신의 순찰구역내 다가구 주택으로 향했다. 독신 여성이 많은 곳으로 파악해놨던 곳이다.

 2시간 여 동안 배회하던 A경사는 22일 오전 2시쯤 2층에서 현관문이 잠기지 않은 집을 발견, 잠자던 여주인을 성폭행했다. 티격태격하는 소리에 놀란 이웃집 사람이 문을 두드리자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발목을 다치고 안경도 부서졌지만 1㎞쯤 떨어진 자신의 집까지 달아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동부경찰서는 골목길에 설치된 CC-TV 화면을 분석, 다리를 절뚝거리며 달아나던 범인이 A경사임을 확인하고 긴급 체포해 26일 강간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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