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뜻 변함없어 … 다시 공론화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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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치에 회의를 느낀다. 하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듯 신공항 유치를 계기로 많은 걸 깨달았다. 밀양시민은 더 똘똘 뭉치고 있다.”

 엄용수(46·사진)밀양시장이 26일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30일은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 지 한달 되는 날이다. 이를 계기로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백지화 발표 당시 심정은.

 “참담한 마음이었다. 분위기가 안 좋은 건 감 잡았는데 막상 백지화를 발표하니까 감정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나름대로 추진 안하겠나 하는 희망을 갖고 있어 충격이 더 컸다.”

 -왜 정부가 신공항을 백지화했다고 생각하나.

 “생각 차이다. 정책 결정자나 수도권에서 신공항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남권에서 수도권을 설득 못한 책임도 있다. 정부가 마치 할 것 처럼 해놓고 백지화를 결정한 것은 국민을 우롱한 거다. 백지화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

 -유치운동 당시 어려웠던 점은.

 “밀양시민을 선동하는 부산 측의 네가티브 전략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대구·경북이란 우군이 있는 상황에서 내부 반발여론을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했다. 또 수도권 사람이 신공항 필요성에 무관심 하니까 그기에 대항해 논리 펴는 게 어려웠다. 언론도 수도권 중심 여론을 보도했다. 앞으로 지방분권·균형발전 정책이 많아져야 하고 비수도권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밀양 신공항 재추진 의사는 없나.

 “신공항 적지는 밀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그러나 과거처럼 휘둘리진 않겠다. 공모방식과 유치노력을 통해 후보지 선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신공항을 할 의사를 갖고 협의해오면 그 다음에야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신공항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얘기하겠지만 이제는 정부 의지가 없는데 놀아날 수 없다.”

 -내년 총선·대선 때 후보에게 공약화를 요구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요구는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신공항에 대한 부정적 시각 있지만 후보지로 밀양만큼 좋은 곳이 없어 머지 않은 장래에 공론화될 것으로 본다. 공항건설은 장기 사업이어서 의지를 가진 대권주자만 있으면 더 빨리 성사될 수 있다. 신공항은 의지의 문제다.”

 -신공항 백지화 직후 사퇴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했는데.

 “정부 결정 자체를 받아 들일 수 없어 저로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사퇴의사를 밝히고 보니까 너무 정부 결정에 반응한 것 같고, 시정 책임자로서 무리도 있다고 생각했다. 남은 현안을 제대로 챙기는 게 시민에 대한 도리라 생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백지화 뒤 허탈감에 빠진 밀양시민이 뭉치고 있어 앞으로 밀양시민을 만만하게 보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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