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나] 인생2모작 재취업 컨설팅 의뢰인 박찬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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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번에 재취업 컨설팅을 신청한 박찬호(49·사진)씨의 경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약 8년간은 인쇄업에 종사하며 단행본 제작과 교정·교열 업무를 담당했다. 그 뒤부터 지난해까지는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과 컴퓨터 하드웨어 관리 등 전산 분야의 일을 했다.

각기 다른 두 분야의 경력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직업를 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취업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렇다면 박씨는 재취업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인크루트 오규덕 컨설턴트와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 최영숙 청장년상담팀장이 조언했다.

글=권희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경력 지원 땐 최근 일한 전산 쪽에 집중을

지난해까지 6년간 민간 연구소에서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과 컴퓨터 하드웨어 유지관리 등의 일을 했던 박찬호(49·사진)씨는 전산 담당 교사로 전직을 준비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씨의 이력서를 받아든 오 컨설턴트는 우선 “두 경력 중 하나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많은 기업은 지원자가 최근에 무슨 경력을 쌓았는지 중점적으로 본다. 경력사원을 뽑을 때는 지금 당장 업무에 투입돼도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오 컨설턴트는 “홈페이지 개발과 컴퓨터 하드웨어 유지관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집중적으로 경험했고 인쇄 쪽은 10년 정도 전이다. 이럴 경우 전산 관련 분야에 재취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박씨도 전산 쪽으로 재취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분야를 정했다면 이제는 수많은 전산 관련 직업 중에서 자신에게 딱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씨의 전문성을 적절하게 평가해야 한다. 박씨는 컴퓨터공학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홈페이지 개발, 포토샵 프로그램 활용, 플래시 애니메이션 제작, 하드웨어 유지관리 등을 모두 독학으로 배웠다. 다양한 전산기술을 가지고는 있지만 고도로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엔 ‘스펙’이 조금 부족하다. 박씨가 제작한 인터넷 홈페이지들을 검토한 오 컨설턴트는 “혼자서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데 상당한 노력파인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인 장벽은 인정해야 한다.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에 취직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오 컨설턴트는 대안으로 박씨에게 초·중·고교의 전산 담당 교사를 제시했다. 교사들의 컴퓨터 하드웨어를 관리하는 일은 박씨의 기존 경력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또 독학으로 컴퓨터를 익히면서 생긴 학습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방과후 학습을 통해 전달할 수도 있다. 오 컨설턴트는 “전반적인 경력사항과 전공 연관성을 봤을 때 전산 담당 교사로 취직하기에 매우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 같은 제안에 크게 만족해했다. 그는 “그동안 적합한 직업을 찾는 게 어려워 구직활동도 위축됐었는데 다시 재취업에 대한 의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취업 시간계획표 짜고 실천했을 때 자기보상

원하는 직업을 찾았으면 이제부터는 취직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그 첫 시작이 바로 시간계획표를 짜는 것이다. 최 팀장은 “어떤 일이든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해야 생활이 느슨해지지 않는다”며 “몇 주 혹은 몇 개월 내에 재취업을 할 것인지 정하고 월 단위, 주 단위, 일 단위로 계획을 짜라”고 조언했다. 계획을 잘 실천하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스스로에게 보상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덧붙였다.

 아무리 지원하는 분야에 적합한 경력을 가졌더라도 지원서류가 부실하면 재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박씨의 자기소개서는 지원하려던 분야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돼 능력을 압축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다. 더욱이 자기소개서가 경력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씌어져 지루한 느낌을 준다. 최 팀장은 “직무와 연관이 있는 에피소드를 2~3개 정도 찾고 이를 중심으로 서술하라”고 조언했다.

지원동기와 구체적인 포부를 반드시 적어야

최 팀장에 따르면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직무적합성을 평가하는 자료가 된다. 그 때문에 이를 작성할 때는 역량에 기반한 에피소드와 함께 지원 동기, 포부를 반드시 적어야 한다. 포부를 적을 때는 ‘열심히 하겠다’는 식의 추상적인 말보다는 ‘내가 이 회사의 매출을 3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인사담당자가 지원자를 처음 만나는 장은 바로 이력서다. 이력서가 핵심 능력을 잘 표현하면서 깔끔하게 정리됐다면 지원자에 대한 첫인상이 좋을 수밖에 없다. 최 팀장은 “이력서의 각 항목이 지면에서 차지하는 크기같이 세세한 부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박씨의 이력서는 개인 정보란이 지나치게 큰 느낌을 줘 줄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학교의 전산 담당 교사로 취직할 때는 외국어 능력을 앞세우기보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나 활용능력을 먼저 내세우는 게 좋다.

 경력을 요약할 때는 홈페이지 구축이나 하드웨어 유지관리 부문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집중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구체적인 수치로 뒷받침할 수 있으면 더 좋다. 또 전산 담당 교사로 지원하는 점을 감안하면 박씨는 민족문제연구소에 재직할 당시 홈페이지 제작을 담당하면서 직원들의 보안교육도 함께 했다. 이런 경험은 박씨의 직무적합성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된다. 최 팀장은 “지원하려는 분야에 따라 사소하게 생각했던 경력도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이력서를 작성할 때는 직무적합성을 잘 보여주는 경력이 가장 좋은 경력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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