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복수노조 도입, 기업도 노조도 불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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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종문
경제부문 기자

불안감.

 기자가 만난 참석자들은 빼놓지 않고 이 단어를 사용했다. 기업의 노무 담당자도, 대형 로펌의 변호사도 정부·양대 노총·학계 인사들도 다르지 않았다. 26일 서울 을지로4가 베스트웨스턴 국도호텔 3층 세미나실.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가 주최한 ‘복수노조 제도 도입으로 인한 노사관계 전망’ 세미나에서였다. EUCCK는 각국 대사관과 850여 주한 유럽 기업체가 가입된 조직이다. 이날 행사에는 기업 관계자 60여 명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전운배 노사협력정책관, 한국노총 법제정책국 유정엽 국장,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김태현 원장, 이화여대 법대 이승욱 교수 등이 참석했다.

 EUCCK 기욤 두르당 인사위원회 위원장은 기자에게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법이 바뀌면 기존 노사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문의가 많았다”며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파업이 일상’인 프랑스 출신이라고 소개한 그는 “많은 걱정과 염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복수노조 제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으로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 역시 “기업 고객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어 양대 노총의 입장을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기업 관계자들 대부분은 이름이 공개되기를 꺼렸다. 주최 측 관계자는 “회사·참석자 이름을 적힌 명찰을 달도록 했으나 노출되고 싶지 않다는 참석자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날 행사에 사람들이 몰린 것은 노사 문제의 불확실성을 떨치고 싶기 때문인 듯했다. 더구나 이날 행사 하루 전인 25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요구한다”고 주장한 것도 복수노조 제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한껏 높여 놓았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이날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와 노동계는 첨예하게 맞섰고, 심지어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노동부 전운배 국장은 “법률 재개정을 추진하면 정부는 대통령 거부권까지 고려한다”고 말했고, 노총 관계자들은 “타협하지 않는 정부 책임”이라며 날을 세웠다. 한 참석자는 “정부와 노조 이야기가 너무 다른데 결국 현장에서 혼란이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종문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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