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일 방재협의체 적극 추진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하는 게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 물론 서로 마음이 통했을 때 얘기다. 인접한 한·중·일 세 나라의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을 수만 있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많다. 공동의 위협에 대처하는 문제라면 특히 그렇다. 그제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제6회 한·중·일 30인회가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3국 간 방재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은 자연재해도 3국이 힘과 지혜를 모으면 훨씬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일본의 원전 사고는 자연재해의 파장이 어느 한 나라의 문제일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3국 간의 중층적 관계로 인해 일국의 재해는 곧바로 인접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30인회에 참석한 세 나라의 현인(賢人)들이 이구동성으로 대형 재해에 대한 공동대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회의에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는 고베(神戶) 대지진의 경험을 통해 방재 노하우가 축적돼 있는 고베시에 3국 공동의 종합방재대책 상설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쩡페이옌(曾培炎) 전 중국 부총리는 3국 공동 전문방재팀을 구성해 재해에 부닥쳤을 때 서로 경험과 기술, 장비를 공유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원전 사고와 관련, 한국의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안전기준, 노후 원자로 수명연장 시 필요한 설계기준 관리, 사용후 핵연료 관리 등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하고 협력하는 메커니즘 구축을 제안했다.

 2006년 출범한 30인회는 그동안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고, 적지 않은 제안들이 실행에 옮겨졌다. 한·중·일 정상회의의 정례화도 그중 하나다. 다음 달 도쿄(東京)에서 제4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다. 3국 정상들은 이번 30인회에서 나온 공동 방재협의체 설립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대형 재해에 공동 대처하는 3국 간 매커니즘이 구축된다면 동북아 협력체제에 새 장을 여는 뜻 깊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