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원 “대통령 영부인-형님 모두 감방 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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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선거운동 마지막 날 강릉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라”고 덕담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두 후보는 헤어지자마자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는 데 힘을 쏟았다.

 엄 후보는 26일 강릉시 남대천 버스정류장에서 “민주당이 22만 명에게 ‘1% 초박빙’이라는 허위 뉴스를 문자로 발송한 것은 당락을 좌우하는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공격을 참다가 (상대가 당락을 좌우할 만한 행위를 해서) 후보를 고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막판에 혼탁 선거가 돼서 죄송하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은 ‘막말 유세’ 논란을 빚은 민주당 최종원 의원도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과 협박 혐의로 춘천지검에 고발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최 의원은 민주당이 2012 총선에서 승리하면 대통령 영부인, 대통령의 형, 엄 후보가 모두 감방에 간다고 했는데 이는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협박”이라며 “사실을 날조하고 대한민국 국가원수를 모독해 국기를 무너뜨리는 작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한나라당은 "엄 후보가 당선되면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고발키로 했다.

 최 후보는 MBC 기자 시절 선배였던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함께 불법 콜센터 사건이 발생한 강릉과 속초·양양 등을 돌며 “강원도의 자존심을 위해 최문순을 찍어 달라”고 호소했다. 최 후보는 이날 새벽에 끝난 TV토론에서 엄 후보의 불법 선거운동 개입 의혹을 집중 추궁하며 “엄 후보의 조직특보였던 최모씨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아느냐. 당당하게 경찰에 출두해 해명하라”고 엄 후보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은 엄 후보에 대한 새로운 의혹도 제기했다. “한나라당이 원주에서 유권자 35명에게 향응을 제공하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차영 대변인)는 것이다. 이낙연 사무총장은 “엄 후보 측이 공직선거법의 선거 정보 문자메시지 발송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상 20명 이상에게 보내는 선거 정보 문자메시지는 다섯 번까지만 할 수 있는데 엄 후보 측은 아홉 번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이에 엄 후보 선거대책위는 “문자 전송을 4회밖에 사용하지 않았다”며 “22만 명에게 허위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보낸 최 후보 측이 터무니없는 억측으로 엄 후보를 끌어들이는 ‘물귀신 작전’을 쓴다”고 비판했다. 상대 후보 진영에 대한 5건의 검찰 고발과 상호 폭로전 속에 강원도지사 선거전은 마무리됐다.

김승현·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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