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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겠다" 한인 뚝 끊기고 "사겠다" 문의 크게 늘어

미주중앙

입력

피카디리 주얼러의 버치 찰그주오글로 사장(왼쪽)과 유나이티드골드의 문명수 이사가 다양한 종류의 금화와 은괴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귀금속 가격 오름세가 계속되며 한인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온스당 1500달러 선을 넘었다. 금과 함께 은값까지 1년 새 2배 이상 올랐다. 이 때문에 금투자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금값이 너무올라 오히려 금 거래가 뜸해졌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귀금속 도소매점들이 밀집한 LA다운타운 보석상가를 찾아 금 현물 투자 분위기를 살펴봤다.

LA다운타운에 밀집한 귀금속 도매상가 일대의 한 점포에 대여섯명의 한인들이 들어섰다. 액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제법 큰 액수로 금을 사러 온 모습이다. 매입하는 금의 양이 많을 것 같아 믿을만한 친구들을 데려 왔단다. 하지만 1킬로그램(32.15온스) 상당의 금괴가 5만달러가 넘는다는 점원의 설명에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다. "100만달러를 써도 금괴 20개가 안되자나"하는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인플레와 달러 가치 약세 같은 거시경제 측면에서의 이유와 함께 가격이 폭발적으로 오르면서 금에 투자하려는 한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 딜러 및 도매상들에 따르면 지난 19일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이 장중에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500달러를 넘은 이후 문의가 더욱 늘었다.

한인 유일의 금괴 딜러인 유나이티드골드의 문명수 이사는 "금값 오름세가 본격화 되기 전에는 하루 5~6건이던 문의가 최근에는 15~20건 이상"이라며 "일찍 투자를 시작한 이들은 최근의 상승세에 행복하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1년간 금 32%, 은 150% 상승
최근엔 은괴찾는 손님 많아져
거래액 커 외부노출은 꺼려

LA다운타운 귀금속 도매상가를 찾았지만 바이어로 보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액수가 워낙 큰 귀금속을 다뤄서인지 손님이나 업주 모두 취재에 응하기를 꺼렸다. 한 한인 업주는 "값비싼 보석을 사고파는 일이다보니 외부에 노출되는 게 좋은 일이 아니다. 자칫 집에 강도라도 들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이해를 구했다. 허리춤에 권총을 찬 경비원의 눈빛이 왠지 의심으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다.

여러 점포를 전전하던 끝에 자신을 터키계 미국인이라 소개한 버치 찰그주오글로 사장이 말문을 열었다. LA다운타운에서 귀금속 소매점인 '피카디리 주얼러'를 운영하는 그는 친분이 있는 문 이사의 부탁에 말문을 열었다. 아직도 금 팔러 오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올 들어 뚝 끊겼다. 타지역 전당포 사장들이 와 팔던 일도 많았는데 그마저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괴나 금화 매입에 대한 문의는 많다. 아시안계에서는 중국인과 한인이 그외에는 유태인 백인 등이다. 대부분이 50~60대인데 히스패닉계 노인들이 쌈짓돈을 들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가 금고에서 다양한 1온스 크기의 금화를 꺼내왔다. 금괴에 비해 가격이 싸고 매매도 쉬워 요즘에는 인기라고 한다. 금 가격은 1온스 기준이지만 이들 금화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스위스크레딧에서 발행한 금화는 원가에 30달러 정도 연방 정부가 내놓는 아메리칸이글 금화에는 75달러 정도의 프리미엄을 내야 한다. 엄지 손가락 만한 크기의 1온스 금괴로 있다. 약 1밀리미터 정도로 얇다. 어쨌든 누렇게 번쩍이는 이 작은 '금덩이'는 1500달러가 넘는 귀한 몸이다.

금 투자 전망을 신나게 설명하던 버치 사장이 갑자기 금고로 다시 가더니 회색 빛깔의 큼지막한 금속덩이를 꺼내왔다. 100온스 크기의 은괴다. 손으로 들어보니 "끙"하는 신음이 날 정도의 묵직한 무게감이 최근 은값 상승세를 반영하는 듯 하다. 지난 1년간 금값은 32% 올랐지만 은값은 무려 150% 이상 올랐다.

지난 21일 은 가격인 온스당 46.06달러를 적용하면 이 은괴는 원가로만 해도 4606달러가 된다. 이런저런 마진이나 수수료 등의 비용을 더하면 5000달러 이상으로 보면 된다고 한다.

버치 사장은 이제 은이 대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괴는 최근 물량이 부족해 사려면 기다려야 한다. 이 은괴도 그의 사촌이 작년에 샀다가 처분하겠다는 걸 자신이 샀다. 버치 사장은 “사촌이 아직도 들고 있었다면 1년만에 2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는 셈”이라며 “더 갖고 있으라는 말을 안듣고 나한테 팔고 난 뒤 많이 약올라 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배웅을 나온 문 이사는 “2년전 금이 온스당 950달러 선일때 곧 1500달러가 될 거라는 말에 모두가 웃었는데 지금 어떠냐”며 “한인들은 금 투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건물에서 나오는 길에 만난 또다른 귀금속 도매상은 “지금 투자를 시작하면 상투 잡는 거 아니냐는 말들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진열대에 전시된, 말그대로의 ‘금은보화’를 뒤로 하며 “대체 금값 은값은 어디까지 오를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모든 원인은 달러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 아닐까”하는 생각에 꺼내어 본 주머니 속 20달러에 그려진 앤드류 잭슨 대통령의 미소가 얄미워졌다.

오죽하면 친구 아들 돌잔치에 가며 돌반지 대신 현금을 준비해야 했을까.

염승은 기자 rayeo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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